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땀범벅이 되어 운동장을 누비던 때가 어제 같은데, 오늘은 추워서 양털잠바를 꺼내 입었다.
가을인가 싶더니 겨울이 오는 건가.
정인재랑 알콩달콩 잘 지내는 요즘이 좋다.
하루종일 졸음에 시달렸으니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동네 언니들과 아침 일찍 커피를 마셨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윤서랑 목욕을 갔다.냉탕, 온탕 번갈아 가며 냉온욕을 즐겼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집 안 곳곳이 엉망진창이다.
미루고 미뤘던 변기 커버도 바꿨다.
깨끗한 집과 차를 올해 안에 꼭 보고야 말 테다.
석촌호수 슬로우조깅 클래스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다음 주 약속도 착각해서 현진이 시간만 빼앗았다.
현진이랑 그래도 “달리자” 하며 달리다 이쁜 봄이를 만났다. 나에게 오는 길이었다.
셋이서 힘차게 석촌호수를 돌았다.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집에 오다 돈가스를 먹었다.
느끼해서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양평 오는 길에 데카트론에 들러봤는데 너무나도 허접했다.
또 비가 내렸다. 저녁 러닝은 패스.
파미르 고원을 힘겹게 넘는 폭칸트의 영상을 보며 용기와 고독을 생각했다.
나도 한 번은 절대고독과 마주해야 하는데.
밤 10시부터 석원이 방을 치웠다.
진짜 몇 년간 씌어놨던진드기 방지 커버도 벗겨서 버렸다.
침대 안쪽에 가득 쌓인 머리카락도 엄청 버렸다.
한 시간 넘게 석원이 방을 치우면서 여러 번 나 자신에게 욕을 했다.
나는 정말 아…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살자.
윤서 방도 치우고, 정인재 방도 치우고, 버릴 것도 싹 버릴 거다.
어쩜 이렇게 해놓고 살았니???
너무 신난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7.35km를 달렸다.
다음 주에 눈이 오는 지역도 있을 거라는 일기예보가 믿기질 않는다. 봄을 지나, 여름, 가을, 겨울…
2025년엔 나는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루어야 할 것도 없이 오롯이 내 마음에 집중하며 살고 있는 나날이다.
따뜻한 전기담요 위에서 행복하게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아~~~ 좋다.
일정이 있는 주말은 마음이 더 무겁다.
따뜻한 침대에서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자던 때가 까마득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남편 끼니를 챙기고, 레슨 자료를 만들고 서종 키즈클래스를 다녀왔다.
7시에 다시 요가를 하고 8시 30분에는 운동장에서 조깅. 11시에는 빨래방.
바쁘고 지치는 하루구나.
시레기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궁리 끝에 다슬기 해장국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인연법을 받아들이며 남은 삶은 마음 편하게 살겠다. 윤서가 프라하에 갈 짐을 챙기고 있다.
안전히 잘 다녀오길.
브런치 연재 준비만 5년. 결국 실패. 나는 뻐꾸기처럼 동생 제니퍼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얹기로 했다.
우후~ 밤이면 내일 아침메뉴 생각에 즐겁고 아침이면 달밤달리기 생각에 즐거운 삶.
즐거운 세상에 즐거운여행자가 되길.
from 로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