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여행 (3박 4일)
작년에 처음 대만에 갔었을때, '여기다' 싶었다. 두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짧은 비행거리에, 로컬음식점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날씨도 따뜻하니 매년 겨울에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번째 들른 대만은 뭣때문인지 이전같지 않았다.
타이베이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난 다음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여행내내 내린 비로 인한 날씨탓이었을까?
이번 여행의 숙소는 젠탄역 근처. 쓰린시장 입구 에 자리하고 있어서 여행내내 시장에 들러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 대만편에 나왔던 시장음식들 대부분을 먹어볼 수 있었다.
첫날 대만에 도착해서 먹은 첫끼니는 지하철역에서 파는 간단 도시락! 도저히 배가고파서 젠탄역까지 갈수가 없었다. (우리는 타오위안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서 타이베이역에 도착했고, 타이베이역에서 5-6 정거장 되는 젠탄역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타오위안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지난 3시였고 다리도 아프고 지쳐있던터라 배도 살짝 채우고 쉬어가자는 의미로 타이베이 3번인가 4번 출구앞에 쭈구리고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첫날 세워둔 계획들 (미라마 쇼핑몰에 가서, 페리스힐 관람차를 타는 것)은 하지 못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 짐을 풀고 좀 쉬다가 동네를 거닐다 간단히 로컬 음식점에서 공심채랑 볶음밥과 볶음면을+타이완 맥주에 먹고, 스린야시장 탐험을 시작했다.
여기서 교훈.
마흔 다섯살의 제니퍼씨와 함께하는 여행의 첫날은 무계획으로, 숙소도착해서 쉬는 일정으로 짜야한다는걸 그는 깨달았다고 한다. 왜 다들 그렇게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를 외쳤는지 알것 같다. 체력때문에라도 매일 슬로우러닝중이기는한데, 아직은 체력이.....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어디 내놔도 당당한 체력이었건만....아끼지않고 낭비한 결과 요래..요래..되고 말았다. 자만하지말고, 포기하지말고, 다시 한톨한톨 체력 쌓아가야지, 유럽여행이라도 가려면.
왼쪽 사진은 젠탄역 풍경, 여행 이틀차부터는 너무도 정겨워진 역이다. 신기하게도 하루이틀이 지나면 그 낯선 여행지도, 어느새 숙소가 있는 곳은 내집같은 편안함이 든다.
이번여행 통틀어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첫날 숙소근처 로컬 식당에서 먹은 돼지고기 튀김에 맥주 한잔이었다. 그리고 맥주는 타이완 18 day 맥주라는 생맥주를 간신히 찾았는데 (편의점에는 팔지 않는다. px라는 로컬 매장에서 발견했다) 타이완맥주보다 생맥주 버전이 더 맛있었다.
저녁을 먹었지만 대만3대 야시장 중 하나인 스린야시장을 지나칠수 없어서 (숙소 바로 앞이기도 하고) 지파이, 대만식 갈비튀김, 소세지, 샌드위치 같은것들을 사와서 먹었다. 아직 누가크래커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게 대망의 대만에서의 첫날, 크리스마스 이브가 저물어갔다.
첫날부터 비소식이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둘째날부터 내리 비가 내려서 우비를 사서 입었다. 대만은 1년에 240일 넘게 비가 오기 때문인지 우산, 우비 같은것들이 견고하다고 알려져있어서 간김에 하나 장만했다. 만족스러웠다)
둘째날은 크리스마스 당일!
둘째날 코스는 타이베이 101, 중정기념관, 용산사, 시먼딩이었는데 타이베이 101은 가지않았다.
그의 지인이 소개해준 음식점에 들러 식사하는것으로 둘째날 첫 일정을 시작했다. QR코드로 주문을 대신하는거였는데 반찬은 주문이 되지않고, 그냥 가져다 먹으면된다고해서 욕심을 냈는데 결국 4가지 반찬 모두 계산이 되어버렸다. 우리 실수였지만, 어디서든 공짜가 있을리 없는데 우리가 너무 순박했달까.
무튼, 점심을 먹고 나와보니 언젠가 한번 이 거리를 걸어본것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여기 융캉공원 아니야?" 그가 바로 지도를 살펴보다니 바로 다음블럭에 융캉공원이 있다고 했다. 오예!
융캉공원 근처 기념품가게에서 친구가 부탁한 <쫀쫀한 대만양말>을 살 수 있었다. 작년에 함께갔을때 들렀던 그 기념품 가게에서 친구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버전의 양말을 서너개 구입했다.
그리고 나와보니, 그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누가크래커 매장을 소개해주었다.
결국 이 아이들을 사느라고, 두손가득 무거워진 우리는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그는 이많은 선물을 지금 사면 어쩌냐고 했고, 나는 그럼 왜 이타이밍에 누가크래커 맛집을 내게 소개했냐고 응수했다. 안 이상 안 살수가 없다고.
시먼딩, 융캉공원 근처, 지우펀에서 산 누가크래커와 펑리수를 모아서 나만의 <제니퍼 대만과자함>을 만들어보았다. 대만의 누가크래커+펑리수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친구들, 가족을 위해 서너통 정도 만들어보았다. 다들 틀림없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숙소로 가는길에 커피숍을 찾았는데 대만에는 대부분이 테이크아웃 위주고 실내에 앉아서 마시고 갈 만한 일반 커피숍이 스벅외에 많지는 않았다. 갑작스런 비도 피할겸 간신히 한군데 찾아서,카페인 보충하고, 융캉공원에서 산 과자와 기념품을 한짐들고 다시 숙소로 갔다. 이튿날부터는 무조건 반가워지기 시작한 젠탄역. 숙소 도착해서 잠시 젠탄역 주변을 뛰었다. 비가 부슬부슬왔지만, 우산을 쓰고 살짝 뛰었다. 공기가 서울보다 훨씬 상쾌했다.
낮잠 한잠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저녁.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우리는 시먼딩에서 꼭 먹어야 봔다는 <아종면선> 이라는 곱창국수집을 목표로 길을 나섰다.가는길에 중정기념관 한번 들러주고,
중정기념관에서 시내도 한번 내려다봐주고....살짝 산책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곱창국수를 더 맛있게 먹기위한 빌드업이었는데, 음 곱창국수는 뭐랄까 맛이 있었지만 유튜버들이 극찬할만큼은 아니었다. 다시 먹겠냐묻는다면, 뭐 굳이? 꼭 반드시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 라는게 내 개인적 의견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시먼딩에 들른김에 바로 옆에 위치한 용산사에 들렀다.
크리스마스에 용산사라니! 와우!
용산사의 화려함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낮보단 밤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 친구를 위한 염주 하나를 샀다.
대만 NTD로 150원이었는데, 가격표를 떼보니 그안엔 60원이라고 적혀있었다. 가격이 그 사이 오른거겠지.......
대만 3일차에 <예스폭지> 투어를 신청해두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떠나는데, 그럼 이곳의 모든게 그리워질텐데 비도오고 날도 춥고 컨디션도 so so 라서 였는지 이날 최선을 다해서 즐기지는 못했다. 단체버스 도착전까지 40분 정도 시간이 있어서 우리는 타이베이역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나는 샌드위치 그는 모스버거.
대만에 도착해서 먹은 6번째 샌드위치였을까. 생각보다 이번 여행에선 샌드위치를 많이 먹었다. 숙소 근처에서 아침 테이크아웃 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체버스를 타고 가니 확실히 작년 택시투어에 비해 전혀 어지럽지 않았고 멀미도 하지 않았다. 멀미하는 분들에겐 택시로 지우펀 가는 것은 비추! 지형이 험난하다.
누군가는 재미있게 가이드 따라 <예스폭지> 하루를 즐겼겠지만 45세 제니퍼씨에겐 너무도 타이트했다. 비가 쏟아지고, 관광객은 차고 넘치고, 우비입고 다니느라 시야도 잘 확보가 안되고 사진도 예쁘게 담기지 않아서인지 예류, 스펀, 스펀폭포, 지우펀 방문이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알콜당콜 재밌었던 스펀 풍등날리기와 닭다리 볶음밥에 타이완 비어 한잔의 여유를 그와 즐기고 싶었는데 역시나 단체 투어에서는 그런 것은 사치랄까. 닭다리 볶음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만큼 바쁘게 점심을 먹고 스펀 폭포를 지나 - 일행을 놓칠세라 단체버스 놓쳐서 나머지 멤버들에게 피해줄세라 '투머치 배려형인간인 제니퍼씨'에게는 참으로 마음이 볶이는 하루였다.
심지어 지옥펀으로 불리는 모든 관광객들의 종착지 지우펀...투어를 함께한 42명중 유일하게 우리만 '자발적 낙오'를 택했다. 완자튀김도 먹고, 완탕면도 먹고, 우롱차도 마시면서 한시간 반 정도를 좀 쉬었다.
예스폭지 투어에 대한 불만은 없다.
가이드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임팩트있게 대만 역사를 공부할 수있었고, 우롱차, 분해차 등을 소개받았고 대만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얻었다. 가이드+기사님 모두 친절했고 투어비용도 15000원~2만원으로 너무 저렴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다는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다만 가이드님도 좋고, 기사님도 친절한데......이 투어 프로그램이 조금 더 여유롭게+ 덜 붐비는 타이밍에...조금 다른 루트로 개선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거다. 2030에겐 적합할지모르겠지만 조금 더 나이든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더 여유로운 투어같은 걸, 좀 생각해봤음했다. 비용을 두세배 더 들여서라도.
젠탄역에 도착한 우리는 대만에 왔으니 훠거 한번은 먹어야지, 했는데 대부분의 대만 훠거집은 문이 닫혀서 몽골식 훠거집에 들어가게되었다. 대만에서 몽골식이라니? 하지만 맛있었다.
스펀지우펀에서 하루종일 비맞으며 추웠는데, 따뜻한 훠거를 먹자마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숙소로 돌아와서 타이완 18 days 생맥주를 먹으며 또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지막으로 젠탄역 근처를 달렸다.
내일이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모든 풍경들이 아쉬웠다. 이전같지않네 야시장 음식이 짜네 비가 너무오네 예년에 비해 더 춥네 하면서 이러니저러니 투정부렸지만 결국, 좋았던것 같다.
엥, 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