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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6. 2020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연뮤덕


내게 믿음을 주는 공연장이 몇군데 있다. 남산 드라마센터가 그 중 하나다.

이곳에서 하는 작품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봐도 될 것 같은 그런 무한신뢰가 있다.

이번 작품은 연극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잘 생긴 청년은 공연장에 앉자마자

민음사에서 출판된 김수영 전집이 '양아치 전집'이라며 불평을 했다. 작품년도가 틀리다느니, 단어에 오류가 있다느니. 물론, 필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 멀쩡하게 잘생긴 청년이 내가 아주 잘 아는 이였다면 오늘 이 연극의 제목을 읊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하고.


그리고 가만히 나에게 물어본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에는 침묵하면서, 

친구가 좀 서운하게 했다고 옹졸하게 화를 내고

택배가 잘못왔다고 분개하고

상한 음식이 나왔다고 순대국집 주인에게 돈을 되돌려 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당연한 권리인 자유와 행복을 침해당하고 감시당하면서도 기껏 그들에겐 대항하지 못하고.

마왕 신해철이 죽고, 김수영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한다.

한 번 뿐인 삶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돌아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것은 그런 것. 

보이지 않는 죽음에 대한 본질을 깨닫게 해주고 남은 이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데는 오직 죽음밖에는 없는 모양이다.

어리석게도.


기억해야 할 것과 잊을 것을 구분 못하는 놈들은 모두 적구야.
우리 문학에는 현대가 없어.우리는 언제나 호구, 적구일 뿐이야.
죽음이 없으면 사랑이 없고 사랑이 없으면 죽음이 없다.
혁명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야. 
혁명(바꿀 혁 운명 명)은 내 운명을 바꾸겠다는 의지지.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하는거야.



연출 김재엽 출연 강신일 오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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