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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29. 2020

LGBT 성장소설

Queer Books



 

나의 

LGBT 친구들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퀴어물에 관심이 많다. 종종 보다 더 가끔 내게도 퀴어스러운 면모가 튀어 나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인물과 사상을 읽고 자란 세대 답게 원체 금지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높다. 무언가 결핍되었거나, 약자이거나, 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집단에 대해 쉴드쳐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게 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뭐 단순히, 그냥 취향일 수 있다. 개취. 




여섯

여섯

<여섯>은 작가들 여럿이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엮어 놓은 책으로, 그 내용이 마치 사춘기 성장소설 같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글과 편집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사실 또 그러한 정서 때문에 이 책에 더 애정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아오이 사과 같은 느낌의 책 이랄까.  조금 더 농익은(;) 홍옥같은...작품을 읽고 싶다면 <그해 여름손님> 을 추천한다.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일명 콜바넴) 원작.

<여섯> 이란 책을 읽으면서 특히 반가웠던 것은, 춘광사설에 대한 기억을 담아낸 어느 작가의 글로 인해 그시절 내가 사랑했던 아휘와 보영을 추억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키노때문이었는지 Happy Together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가지 모두에 열광했었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공부도 하면서 열광했다면 어땠을까.....싶지만 어떻게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다) 

영화 <해피투게더>는 볼때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데 

처음에 아무런 배경없이 그 영화를 봤을땐 무조건적인 애정을 갈구하며 어린애처럼구는 보영(장국영)의 불안한 감정이 싫어서 관계와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가 미웠다. 그렇게 나약해 빠!져!가지고 자기관리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게다가 맘대로 멋대로. 그런 보영의 곁에서 아휘(양조위)가 벗어났으면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나게 굴고, 사서 애처로워지는 포지션에 서는 보영을 보면 그가 꼭 사랑할때 나의 모습 같아 애처로웠다. 지켜보기 불안했고, 그래서 싫었다.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향은 아휘같이 평점심을 유지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그렇게도 사랑에 빠지면 그 마음이 과해지고 불안해지고 찌질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지금 다시 사랑을 하면 철없던 시절에 비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지만, 실상은 안 그럴 수도 있어서 두렵다. 왜? 번개에 맞거나 죽다 살아나지 않고서는 (천지개벽없이) 사람은 잘 안 변하니까.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엔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겨 읽거나, 그게 여의치 않은 환경에선 주로 글을 썼다. 지오디 팬픽을 쓰거나 주로 유치한 러브스토리를 써서 쉬는시간마다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갠적으론 해피투게더 결론을 각색했던 글을 제일 좋아한다. 내 일기장 맨 뒷장에 써놓았던 글. 

영화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아 내 마음대로 결론을 재구성했었다. 제멋대로 구는 보영따위는 잊고, '장'과 새출발하라고, 아휘의 등을 떠미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하하!)

돌이켜보면 당시엔 ‘사랑’이라는 그 복잡다단한 감정의 골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다시 본 <해피투게더>에서는 보영과 아휘에 대한 나의 감정이 180도 바뀌어있어서 놀랐다. 순애보적이라고 생각했던 아휘에게 꽤 오랫동안, 그러니까 20여년간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는데, 왠일인지 보영의 입장에 서게 된거다. 누구보다도 보영의 패턴을 잘 아는 아휘는 왜 조금 더 단단히 보영을 붙들지 못했을까. 그런 노력을 한게 맞기는 맞나. 외려 보영을 대하는 아휘의 아리송한 태도가 거슬리는 거다. 10대에 춘광사설과, 30대후반에 본 춘광사설또한 이리 다른데, 내나이 반백살이 되어, 연륜이 쌓일만큼 쌓인 뒤 다시 보면 또 어떤 느낌이 들지 기대된다.  



그해 여름

콜바넴의 원작인 소설. 자세한 후기는 하기 브런치 글 참조! 

https://brunch.co.kr/@jennifernote/116




아쿠아 마린 (그리고 나의 스투피트 애니멀)

아쿠아 마린


성장소설엔 빼놓지 않고 첫사랑이 등장한다. 콜바넴(call me by your name) 엘리오에겐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던 여자와 남자 성별 가리지 않고 모두 쓰러지게 만드는' 매혹적인 올리버가 있었고, 미소가 아름다운 쿼프(queer as folk) 저스틴에겐 '마성의 게이' 브라이언 키니가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독보적인 존재들. 여기 이 소설 <아쿠아마린> 주인공 제시에겐 수영선수 마티가 등장한다. 


<아쿠라 마린> 은 주인공 제시가 3가지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의 달라지는 그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제시가 선택한 첫번째 인생은, 평범한 남자랑 결혼하는 것. 평범하게 사는 내내 제시는 결핍을 느끼다 결국 어느날 어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인생 후반이 펼쳐진다. 


자, 그리고 주인공 제시가 선택한 두번째 인생.

두번째 길에서 제시는 평범한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대신 사랑하는 여배우랑 동거하는 것을 선택한다. 정신지체 동생 윌리를 보살피면서 여배우와 동거하면서 사는 인생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번 더 선택의 기로에 선, 제시. 이번에 제시는 결혼 후 이혼을 선택한다. 이혼 후 불안정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가 마지막 선택에 대한 결론이다. 

나라면 이 세가지 선택지에서 뭘 골랐을까? 언급된 3가지 선택 중, 남의 인생을 두고 감히 내가 딱히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라면 두번째 제시의 인생으로 나아갔을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동거하면서 가족을 보살피는 인생! 그게 나다운 결정 같다. 뭐, anyway. 제시는 (뛰어)난 여자다. 그녀에겐 그래도 세가지 옵션이나 있었으니까. 어쩔수 없는 옵션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 얼마나 많냔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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