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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8. 2020

사랑하는 갑빠에게

Letters to Juliet



서른 아홉. 인생이 그닥 재미없다.

왜 하루하루를 버티고, 왜 때문에 밤마다 억지로 자고, 매일 아침 억지로 일어나서 회사를 가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너무 자주 든다.


단지, 이석증과 자궁근종 때문이 아니라 이래저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자전거 타다 호흡 곤란오고, PT받다 쓰러질뻔했으니 말 다했지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가 또 한건강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인가, 일도 예전의 강도로 (새벽까지)는 안하게 되더라.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성과도 내려가고 내려간 성과가 나의 기분이도 잡아끌고. 하하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가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지?

성과가 중요한 일이야. 작년에 잘했다고 올해 잘하느냐? 그것도 아니고. 연차가 늘어간다고 더 잘하나, 그것도 아니고. 종합적인 것들이 필요해. 마켓과 고객사와 후보자와 나의 열심과 센스와 운과......어느것 하나도 어긋나면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 되는 것. 그게 나의 일이다.

게다가 스스로 안달복달 하는 스타일이잖아. 누군가를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는데 도움이 못되는 것 같으면 존재자체를 부정하며 한없이 찌질해지고, 인정에의 욕구가 강해서 남들 보다 더 잘해내서 칭찬도 받고 싶고. 근데 결국 그런 나의 욕심들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스트레스 쌓이고.


성과가 좋은 해는 몸이 힘들고,

성과가 좋지않은 해는 몸과 마음이 힘들고.

그런 일이야. 후후후!


근사한 책방이나 까페를 보면 나도 ‘언제 책방하지?’ 하면서 내 오래된 꿈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막상 지금 회사를 그만둘 용기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다. 전세자금 대출금 갚느라 다 써버렸지.

아아아아아아~ 꿈을 이루기엔 게으르고 꿈을 꾸기엔 버거운 현실. 그나마 하나님이 계셔서 그분께 기도하면서 요즘애들말로 '존버'한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사명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그런데, 그 와중에 이렇게 매년 생일이 다가오네?

솔직히 생파를, 하고싶지가 않더라고. 말하기 어려웠는데 너무도 단박에 이해해줘서 고맙다 친구들아.


어차피 다 같이 늙어가고 너희도 나도 똑같이 한살씩 나이 먹는데, 늘 하던 생파도 안한다고 하고 꽤 예민하게 구네, 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역시 우리 갑빠, 인정!


너희들 모두에게 감사해.

나란 사람은, 누군가 고민이 있으면 잘 들어줄 수는 있을지언정 아무리 생각해도 단체모임에 적합한 유형은 아닌데, 이런 나를 지금껏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적어도 수십번 휴가를 생각한 월요일이었는데 너희들 따뜻한 격려로 인해 오늘 하루가 참 몽글몽글해진다.

모두들 힘든데 나만 힘든척해서 미안하고,

이런 나를 늘 이해해줘서 고맙다.



오늘의 나는, 너희로 인해 충분한 힘을 얻었다.

너희가 힘든 어느날, 나도 니들에게 그런 힘을   게 부디 서로 솔직해지자. 힘든 일이 있다고, 오늘이 런 날이라고, 서로, 꼭, 말하자.


2019년 9월 내 생일날,



나의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해주는 갑빠들아.
니들 알고들 있어?
추억은 지나가는게 아니고 오는거라더라.
다가올 추억도 함께 만들어가보자.



2020년 6월 연규라는 남자와 내가 사귀고 있었다며,

그게 예지몽이라고 우기는 박한결을 위해 찍어본 영상


박력 넘치는 섬집아기. 자장간데. 애 다 깨겠다며 ㅎㅎㅎ


G. Em, A. D 코드 네개면 되는 노사연, 만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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