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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에서

Letters To Juliet

by 책읽는 헤드헌터


Dear 제시카,

니퍼는 지금 보길도입니다.

고산 윤선도 선생님의 발자취를 쫓아서, 라기 보다는 그냥 묵고있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추천으로 와봤어요. 아침에 비가 살살 내리길래 오늘은 그냥 게스트하우스에서 영화나 한편 보면서 짱박혀있을까 싶었는데 아침먹고 나니 사장님이 "오늘은 보길도나 다녀오세요~"하시길래, 워낙 시크하고 무뚝뚝한 분이 권하는 터라, 한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길을 나섰더랬지요.

근데, 다닐때마다 아가씨가 명절밑에 어딜 그리 다니냐고, 왜 혼자 다니냐고, 간댕이가 부었다고 엄청들 잔소리를 하시네요 (나원참. 남이야 명절밑에 제주도를 가든, 영국을 가든...;;;)


그래도 보길도에서 나오는 길에, 저보다 8살 많은 소띠 언니 (상담교사)를 만나서 맛있는 오리 주물럭도 먹고 오늘 하루 즐겁게 지냈어요. 언니도 혼자 다니면서 좋은 점도 있고 무서운 점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밤은 같이 잘 생각이에요. 제가 묵고있는 숙소를 소개했거든요 ㅎㅎㅎㅎㅎㅎ

(어딜가나 오지랖 십지랖 본능이 가려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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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부장님. 니퍼의 아침밥상입니다.

토스트기에 빵 두개 넣고, 직접 후라이해서 먹는거에요.

근데 욕심내고(어제 저녁을 굶었던터라)후라이를 2개나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떡하니 안내 문구가 있는거에요. 빵 2개, 후라이 1개....;; 너무 찔려서, 사장님께 바로 이실직고했어요.

"사장님 제가 저 문구를 이제야보고 후라이를 두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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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크한 사장님.

괜찮다고, 마음껏 드시라고, 하셔서 제 마음이 좀 놓였네요 ㅎㅎ

그제서야 와구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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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이 큰배에 사람은 나하나.

결국 나를 땅끝마을에서 -보길도로 데려다주기 위해 이 큰 배가 항해를 나섰구나, 하고 30분간 죄책감을 안고 갔는데. 웬걸요. 내릴때 보니 밑에 수십대의 차가, 앞다투어 내릴 준비를 하더라고요. 뚜벅이만 나혼자, 였지 엄청 난 관광객 혹은 거주민들이 차로 활발히 이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편도 엄청 자주있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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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완도군 보길면 보길도..에 드디어 도착했어요

배로 '노화'라는 곳에 내려서 보길대교를 건너야하는데 버스 자체가 아예없어서 무조건 승용차나 택시로만 이동해야해요. 늘 버스나 도보로 이동했는데 처음으로 택시를 탔어요

15,000원.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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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의 뜻을 접고 제주도로 가는 중에 폭풍을 만나 잠시 보길도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곳에 반하게 되어, 윤선도가 여기에 오랫동안 머물렀다고해요.

여기는 그 중에서도 그의 서재 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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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달팽이 한마리를 만났어요. 혼자 다니다보니 이런 아이들도 얼마나 반가운지

먼저 인사를 건넨답니다. 어디 가는지, 내가 데려다 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어찌나 슬로우하게 이동하시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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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건요, 산이 너무 포근하다는 거였는데. 보길도 자체가 여성을 상징하는 산이래요

여성의 자궁을 상징한다고하더라고요. 여기 현지 택시기사님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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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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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석실, 이라고해서. 하늘과 통하는 서재라고 이해하심 되는데 산 중간에 정자가 멋지게 들어서있어서 꼭 가보고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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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비도 오고 입구도 어둑어둑하고 이모들도 절대로 혼자 산은 다니지 말라고 한 것도 생각나서

올라갈까 말까 고민하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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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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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엄청 으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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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재는 윤선도 선생이 기거하던 곳이고 동천석실은 책보던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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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보길도는 윤선도 유적지 찾아 온거고 동천석실은 게 중 꽃이라고 생각해서 안갈수가 없어서 결국 올라갔드래요~ 그런데 정작 그 사진은 없어요. 바위산이고, 위험해서 제대로 못찍었거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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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만난 달팽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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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톡톡 건드렸더니 요렇게 자취를 감추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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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옥 들어가버렸어요. 안전하게 숲으로 보내고 전 다시 마을 입구로 나왔어요

입구에는 윤선도 관광안내센터가 있거든요

거기부터 보고 마을을 돌았어야했는데 저는 아주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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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엄청 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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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고산 윤선도 선생님의 관광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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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자 이 소식을 접한 고산 윤선도는

제주도로 건너가 일생을 마칠 계획으로 해남에서 제주를 향해 배를 타고 가다가 여기 보길도를 발견하게 된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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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외손자 정도가 정약용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역사에 약해서.

만석꾼에 0을 하나 더 붙여도 될정도로 윤선도는 당시 엄청난 부자였다고하더라고요

보길도는 사실 윤선도 유적지와, 송시열 글쓴바위 정도만 보면 될 것 같은데

나중에 기회됨 한번 오세요. 아가들과 낭군님과.



어부의 삶은 세상 일에 쫓기지 않고 한가롭고 여유롭게 자연을 벗하는 것이라고

고산 선생님은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정말 그럴지는 어부에게 물어봐야하겠지만!



세속사람들은 어부의 생활을 어리석다고 하지만 좁은 낚시배라 할지라도

마음만은 대자연을 품에 안고 있으니 욕심에 마음 빼앗기는 세상과 어찌비교하겠냐, 하셨대요

덕과 예를 지키라는 말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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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세연정. 풍류를 즐겼다는 곳이에요



세연장에서 바라다 본 곰솔나무

(곰솔나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요 ㅋㅋ)

우야둥둥 나중에 기회됨 꼭한번 남도여행오시고요

그땐 꼭 유홍준의 남도여행답사기...한번 읽고오세요

저도 엄청 후회중이에요

왜이렇게 유명한 분들은 모두 이쪽으로 유배를 왔는지. 가능하면 한양과 먼 곳으로 보내려고 그랬겠죠?

남해바다만 오면 왠지 처연하고, 슬픈 이유가 이런 걸까요?





암튼, 제니퍼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추석 잘 보내시고, 10월에 돌아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보고싶지만, 돌아가서 만나요.

하트봉봉, 제니퍼드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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