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켄 키지는 실제로 정신병동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갔다. 거대한 권력과 시스템 속에서 희생된 무수히 많은 개개인들을 위해서. 또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 모든 통제와 억압, 강요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제목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사람이다. 노동형을 선고받고 농장에서 일하던 중 미치광이 흉내를 낸 덕분에 정신병원에 위탁된 랜들 패트릭 맥머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척하는 1인칭 서술자 브롬든 그리고 정신병동의 실질적인 지배자 랫치드 수간호사이다.
이 병원에 통제불가능한 가짜 환자 맥머피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간호사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분노하면서도 감히 저항하지는 못하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맥머피는 사사건건 랫치드 수간호사와 부딪히며 각을 세운다. 맥머피는 규칙과 규율이라는 명목으로 수간호사가 환자들을 쥐락펴락하며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TV 프로그램 선택권을 위해 환자들을 대신해서 수간호사와 싸우고, 환자들에게 내기를 걸고, 도박을 가르치고, 바다 낚시를 떠나는 등의 일을 도모했다. 노래하며 종횡무진 시끄럽게 병원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면서 환자들에게 독립심과 활기를 불어넣어주려 애썼다. 맥머피가 오기 전까지 환자들은 랫치드 수간호사와 병원의 규칙에 순응했다. 저항했다가는 전기충격이나 뇌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식물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머피가 온 이후 무기력하고 수동적이었던 환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음을 느끼던 차, 수간호사는 환자들 보란듯이 맥머피를 식물인간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강제로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하려는 것. 결국 맥머피는 수간호사의 계략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맥머피가 감행했던 모험의 결과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조직화된 체제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미약한 패배자 쯤으로 여길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의 모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맥머피가 만든 신화는 사라졌을지라도 남아 있는 환자들에게 그의 저항이 남긴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하는 까닭에서다. 맥머피 사건 이후, 랫치드 수간호사 역시 예전처럼 환자들을 통제할 수는 없게 되었다.
맥머피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보았던 브롬든은 맥머피가 불어넣어준 용기에 힘입어 정신병동 탈출을 계획한다. 그는 식물인간이 된 맥머피의 존엄사를 도운 후 마침내 오래된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쟁취하게 된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 어찌 나는 자유다-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다-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소리 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여 외치면서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안치환이 곡을 붙여 부른 김남주 시인의 <자유>란 시 일부이다. 진정한 자유는 만인을 위해 일하고 싸울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맥머피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부모의 외침을 외면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는 이들이 외치는 자유가 아니라.
편애하는 밑줄
우리로서는 맥머피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맥머피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런 행동을 강요한 사람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였다. 그는 의자의 가죽 팔걸이에 큼지막한 손을 대고 천천히 일어섰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우뚝 서서 마흔 명의 주인이 내리는 명령에 따랐다. 몇 주일 동안 그가 행동하게 만든 것은 우리였다. 그의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게 된 뒤에도 그를 일으켜 세워 오랫동안 서 있게 하거나, 몇 주 동안 윙크를 하고 웃게 하거나, 그의 유머가 두 전극 사이에서 말라 없어진 뒤에도 그가 계속 행동하도록 한 원동력은 바로 우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