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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l 22. 2023

새집을 결정했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은 나의 바람이다.

아직 결정못했다. 


작년 여름 내가 쓴 글 <첫차를 결정했다>처럼 이미 완결된 상황을 기록한거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새집을 결정하는 일은...딱히 불행한 일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 일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렇다고 새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아파트 매매를 앞두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니고

잠시 살 집을 빌리는 전셋집 구하는 일인데 나란 사람에겐 그게 참 고된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긴, 사람이기 때문이다. 


독립한지 11년동안 단 두번의 이사를 했다. 평균 거주년수 최소 5년. 변화무쌍하게 보이는 스타일과는 다르게 웬만하면 머물던 한곳에 계속 머물러있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첫번째 집에서는 5년간 살았는데, 사는내내 하수구 냄새에 시달렸다. 처음 계약한 집은 원래 4층이었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이사한지 일주일만에 집주인이 냄새가 덜하다는 2층으로 재이사를 도와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냄새는 5년 내내 나를 괴롭혔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지금은 성인이 된 둘째조카는 그때 우리집에 와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아빠! 이모네 집에는 방에 화장실이 있어"라면서.


첫번째 집

여기가 나의 첫 독립지. 원룸이다. 결혼한 몰리짱의 집과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라 하수구 냄새가 나도 참고 살았는데 집주인 할아버지가 마스터키로 내방에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발견한 어느 주말, 이사를 결심했다. 지금같으면 소송을 해도 모자를 판이지만, 왜그랬는지 그땐 그냥 조용히 이사하는 걸 선택했다. 


내가 가진 돈에, 몰리짱에게 1억원을 빌려서, 이사를 한 곳이 지금 내가 살고있는 잠전초등학교 근처다. 

오각형으로 각이진 집이었는데, 몰리짱 부부와 가족들 반대가 있었지만 첫번째 집에서 아쉬웠던 것들이 다 갖춰진 집이라 내고집대로 여길 선택했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서 낙담하던 찰나, 우연히 완공 안된 이집을 발견하고 무작정 들어갔다가  볕이 가장 잘드는 층을 선점할 수 있었던 행운이 함께한 집이었는데 올해 12월이면 6년이 된다. 몰리짱에게 빌린 돈도 다 갚고, 2년씩 두번 전세 계약을 연장해가며 잘 살았는데 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내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게 없다며 갑자기 반전세로 계약형태를 바꾸자고 제안해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그토록 원하던 테라스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려면 또다시 억단위 넘는 돈이 필요하지만, 가족빚이든 대출이든 빚이 생겨야 어떻게든 그 빚을 갚으려고 돈을 모으는 스탈인지라 나에겐 이사가 필요하다. 

우야둥둥 엄마와 언니들에게 용돈을 받으며 23년전 처음으로 시작했던 서울살이였는데, 그래도 이제는 나름 성실히 모아서 전세금도 모아두었고, 엄마 언니들 용돈도 주는 입장이니 나름 만족스럽다. 


두번째 집

내가 제일 사랑했던 공간은 햇빛들어오는 오각형 각진 발코니와 거실이었다. 이사와 동시에 집앞 꽃집(플로미아)에서 구매한 뱅갈이는 6년째 나와 잘 살고 있다. 반려식물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엔 다소 이르지만 이집에서 이사할때 제일 소중하게 다뤄야할 보물 1호다. 그외 별로 소중한게 없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다 주고 떠나도 아까울것 없달까....


월세 51만원을 내고 반전세로 살수도있겠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지루하던 마흔세살 여름. 나는 이사를 결정했다. 


두번째 집은 웬만큼 다 만족스러웠는데 한가지, 집주인 이슈가 있었다. 주차장이 텅텅비었는데도 손님차량 주차를 못하게 해서 가족, 친구들이 자주 오지 못했고 분명히 계약서에 나의 주차 자리를 기재했는데도 불구하고 주차비용을 내라며 계약서 내용을 마음대로 바꿔버리는 등, 다소 특이한 분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그런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나름 이집을 떠날 정도로 못견딜 사안들은 아니었기에 6년을 잘 살았던 것 같다. 여러모로 첫번째 집주인에 비하면 양반, 이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질색했지만. 


딱히 불만없이 꽤 정든 이집을 떠나려면 이 집이 주는 가치 이상의 것을 주는 집을 찾아내야 하는데, 

2023년 7월말 현재 삼전역과 잠실부근에는 내 예산과 니즈에 맞는 그런집이 쉽사리 눈에 띄질 않는다. 절친 줄리가 지나가듯 했던 한마디가 계속 생각난다. "결혼도 쉽지 않겠어, 우리, 셋"

(우리 셋은 나와 줄리, 미리 싱글녀 세친구를 의미한다)


"하다못해 집고르는 것도 이렇게 까다로운데 우리가 어떤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고?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나름 전진중이다. 첫번째보단 두번째 집에서 만족했고 지금보단 더 만족스러운 세번째 집으로 결국에는 이사를 갈거라 확신한다. 연애 혹은 결혼도 마찬가지. 이제껏 만났던 그 누구에 비해 나와 잘 맞는 사람, 내가 원하는 the one 이 나타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확신할 수 없다. 내나이 예순이 될지도...


어쨌거나 세번째 집 찾기 프로젝트가 희망찬 이유는, 오늘 좋은 부동산 대표님을 소개받았기 때문이다. 

금은방이든 밥집이든 꽃집이든 가는 곳만 가는 나는 20년 넘게 거래했던 금은방 사장님을 통해 지금 이집으로 이사를 왔기에, 이사갈 시즌엔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는 편이다. 어디 좋은집 없느냐고. 몰리짱 언니네 집근처에서 역시나 20년 넘게 금은방을 하고 계신 **사장님으로부터 **부동산 김 대표님을 소개받았다.

김 대표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전에 그 어떤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단 한번도 받아본적없는 신박한 질문을 내게한 사람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먼저 봐도 될까요?
그래야 고객님의 취향과 니즈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와우! 이것은 분명 그동안 그 어느 부동산도 내게 물어보지 않은 참신한 질문임과 동시에 내 취향을 알수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닌가! 내 요구사항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것들이다. 첫째, 볕이 잘들 것. 테라스나 베란다가 있을 것. 공간감이 있을 것. 바깥풍경이 동간거리 좁은 빌라숲이 아닌 탁 트인곳일 것. 가족이 살고있는 아파트 근처일것. 여섯번째 내가 계획해둔 버젯안에 들 것. 김 대표님께서는 대략 내가 원하는 조건 6가지를 듣자마자 작은 아파트 하나가 떠오른다며 전화로 바로 주소를 불러주셨다. 아니나다를까 검색해보니 외관부터, 내부까지 진짜로 딱 내가 원하는 조건이 다 갖춰진 곳이었다. 다만 내 예산보다는 금액이 약간 높고, 현재 당장 나온 물건은 없으니 한두달 더 기다려봐야한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일단은 내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것이 더중요했지만.


그동안 만난 부동산 사장님들은 아무리 내 요구사항을 말해도, 답답하기 짝이 없게도, 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집들만 보여주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똑부러지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도 두번 세번 재차 자기가 소개한 집을 강요하는 중개인도 있었다. (혹시 내가 후보자들에게 내가 소개하는 고객사의 포지션을 두번 세번 재차 강요한것은 아니가 되짚어보게 된다....오늘의 반성포인트...)


내일은 오전 11시부터 A 부동산 사장님이 준비한 집을 보기로 했는데 기대가 하나도 안되지만 취소할수가 없어서 보기로했다. 진짜는 오후 2시에 만나게 될 김대표님이 보여준다는 집 두곳.


그 기록은 내일 다시 기록하는 걸로 ~~



에필로그

아래 사진은 우리 아버지 이름의 문패가 달린 내 어릴적 집의 대문이다. 지금은 우리 집 마당 땅속에 묻어두었지만 저집을 허물때 지나가는 어떤 건축업자가 500만원에 저 문짝을 사고 싶다고 했을만큼 나름 가치가 있는 문짝이었다. 그때는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문짝이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팔수는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는데 그럴거면 관리를 잘했어야하지 않나 후회된다. 관리는 커녕 지금은 마당 어느쪽에 묻혀있는지도 모르고, 썩었는지 아닌지 아무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잘 관리해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빠 미안해....우리가 그렇지뭐 ㅠㅠ)


오른쪽 사진은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집 풍경이다. 

서울에선 버겁겠지만 5년 혹은 10년 후엔 교외에서 꼬옥 저런 느낌으로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게 꿈이다.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까ㅡ 일단 지금은 꿈이라도~ 꾸는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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