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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3. 2020

여름날의 단상

제니퍼 단상



여름예찬

창문을 열어 기분 좋은 바람먼저 초대하고 

좋아하는 곡들로 엄선해둔 선곡리스트 틀어놓고 와인 한 잔 마시며 이 계절에 취해본다.

어둡고 쳐지고 움츠러들었던 겨울과는 다르게 빛나는 여름의 나날들.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들으며 행복하게 눈을 뜨는 아침

시들어가는 모든 것을 소생시킬듯한 정오

파스텔톤 노을이 아름답게 저무는 저녁녘

나의 고된 하루를 조용히 그러안아주는 여름밤

여.름.밤


열어둔 마음으로

열어둔 나의 밤으로

누군가 걸어들어온다면 더할나위없을 눈물겹게 찬란한

여.름.날



서호 때문에 시작된 여름, 단상

자려고 누운 순간, 언젠가 본 적 있는 호수 하나가 떠올랐다. 모든 사연을 담고 도시 한면을 휘감으며 흐르던.

그 강 이름은 서호라 했다.

고즈넉함과 운치라 단어가 어울리는 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강을 벗삼아 살았다면, 소동파나 두보 정도로 이름을 떨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들 아류작 몇 개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곳은 그런 경관이었다.


융프라호를 오르리란 기대로 밤잠 설쳤던 스위스 백패커스 숙소

마음씨 좋은 노부부를 만나 양껏 초밥을 먹었던 베른

하필이면 시즌 중에 갔다가 반나절 넘게 잠잘 곳을 찾아 헤맸던 윔블던

제대로 된 햇살이 녹아있던 그때 그곳 터키

길은 잃었지만 사랑을 찾은 쾰른과 브뤼셀

두고 온 그 녀석 때문에 맘졸였던 파리

원주민들이 뽑은 예쁜 한국인으로 뽑혀 전통 춤을 춰야했던 뉴질랜드

심쿵했던 아련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본머스

매년 가도 가도 늘 그리운 제주.

방랑코자 하는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

새소리 

풀벌레 소리

개굴개굴 개구리노래하는 소리

아름다운 노을

이밤의 차르다시

"엄마 오늘은 나 정말로 서울가기 싫어"

내맘을 아는지 로빈슨이 오늘은 서울까지 동행해주기로 했다.

"다음주에 또 올께 엄마"

요맘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이 계절은 

여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서른 여덟 여름날의 단상 (그해 여름 지방선거 기간에)

누군가를 모함하고 미워하는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한번 더 눈마주치기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칭찬하면서 좋은 에너지 나누기
열심히 일과를 마무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닭똥집 튀김에 막걸리 한잔 나누기
한번뿐인 인생 나만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이나 의도없이 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보기
시기하고 질투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보다 더 멋있어지기
누군가 부러워할 시간에 나를 가꾸기

좋아하는 음악듣고 영화보고 책보기

좋아하진 않아도 내일을 위해 영어학원 안 빠지기

 




시가 읽힌다는 것  


정말? 정말 그래서 시집을 못 읽겠다는 거야?


같이 일했던 두 녀석에게 여름 끝에, 시집을 선물했다.

그랬더니 한놈은 시집을 읽기에 본인은 너무나 시니컬하고, 다른 놈은 엄마가 그토록 미워했던 가난한 시인 

이모가 생각나서 책장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아아아 왜 나는 이들에게 시집을 선물했을까?

가난한 시인 이모가 없어서 시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시니컬하지않아서,

나는 결코 몰랐던 두 마음을 들여다본다.인센티브 업의 고충과 이해관계의 충돌속에서 너희들이 지친 것은 알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우리에겐 반드시 더 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시가 안 읽힌다고 말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시가 필요하다, 고,

차마 그땐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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