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4. 2020

글을 부탁받는 다는 것

제니퍼 단상


글을 부탁받는 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그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글을 부탁받고서, 좋은 글을 써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민구에게서 온 문자-그는 섬기고 있는 교회 학생이다. 곧 19살이 되는.


이 녀석이 왜 때문에 나를 애타게 부르는 거지?

쌤, 쌤, 쌤. 것도 세번씩이나.


학교폭력의 정의에 대한 문단 하나를 주면서 소크라테스 지덕복 합일설로 비판해서 써야한다고?


녀석은 과제를 설명했다. 그런데 지덕복 합일설이 대체 뭐지? 찾아보니 대략,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면 바람직한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참다운 앎을 통하여 덕을 쌓아갈 때 비로소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런 이야기였군!

이럴 줄 알았으면 와인을 마시지 말 것을.


아니 겨우 고딩에게 학교폭력과 지덕복합일설에 대해 쓰라는 주제를 주다니! 우리나라 교육이 이래서 문제다. 나같아도 글쓰는게 두렵겠다.


그저, 막연히 최근에 본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이라는 영화의 잔상만 맴돈다. 녀석에게 다시 책임감을 토스했다. 학교폭력이 나쁜줄 알면서도 가해자가 된 아이들의 입장에 대해 써보라고. 녀석의 생생한 답변을 받고 생각해봐야겠다. 이 글의 결론은.


_민구 18세 시절_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작가는 아무나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