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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원정미 지음

by 책읽는 헤드헌터




트라우마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고
또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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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하는 화요일, 집으로 책이 하나 배달됐다.

에밀리가 보내준 선물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잠시, 우리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와 언니들, 우리 조카들, 사랑하는 친구들과 내 짝꿍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깊숙이.


새엄마 밑에서 차별받고 자란 엄마는 일찌감치 집을 떠나왔다.

아빠는 얼굴도 못본 친척으로 인한 연좌제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공무원이 되지 못해, 가족을 향한 울분을 품고 살다가 정혼한 여성이 아닌 엄마를 만나 결혼을 했다.

나는, 아들을 학수고대하던 집에 마지막 다섯번째 딸로 태어났다. '넷째랑 너는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말을 수십번도 넘게 들었는데 그게 언어 학대인지는 모르고 자랐다.


그로인해 생긴 열등감은 마흔다섯살이 되어도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격앙되면 말로 상대방을 찌르기도하고, 내가 가장 싫어하지만 나도 모르게 학습한대로 남들은 판단하고, 평가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타인을-사랑하는 사람까지도 비난을 퍼부어대는 어른이 되었다.


아직 배우자와 자식이 없어서망정이지 있었다면 33도를 훌쩍 넘어가는 이여름, 조금 더 땀나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잘 달래서, 남은 어른의 삶을 잘 꾸려보고싶어서 책도 찾아보고 논문도 찾아보니 50이 넘은 주부들도 내면아이때문에 애닳아 한다는걸 알게됐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미혹되는것 없이 하늘이ㅡ 뜻을 알고 살아가는 멋진 어른이 되는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기는커녕, 어른이 되어서도 상처받은 아이 운운하며 어리광을 부리게 될것 같아 겁이났다.


노희경 작가가 그랬던가. 상처받은 아이에서, 상처주는 어른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라고? 부모로부터, 원가족으로부터 상처받은 내면아이 들여다보나 어느덧 내가 마흔다섯이나 된 어른이 되었다는것과 자식은 없지만 조카가 자라는동안 상처를 더한 어른이었다는 것을 돌아보게 됐다.


연약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내 잘못을 사과하고, 내 안의 내면아이를 잘 보듬고, 지금의 나를 잘 돌보아서 더이상 어릴적 상처 운운하지 않고, 또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는 어른으로 나이들어가고싶다.

해결할 일들이 하나둘이 아니겠다. 휴.



편애하는 밑줄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안의 상처와 마주해야 한다. 나에게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내 부모가 그리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었고 또 그런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쳤던 나를 기억해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꼭꼭 숨겨온 나의 열등감, 수치심, 죄책감, 분노를 마주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떠나보내야 할 것은 떠나보내는 과정이었다.


내가 지금의 가정을 이루고 꿈꾸던 대로 사는것은 상처받고 우울했던 나의 내면아이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힘들고 괴로워도 돌아보고 보살펴왔기 때문이라 믿는다.


'착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다. 나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마음에서 착한아이 증후군이 비롯된다. 착한 아이 증후군의 문제는 개인적 경계, 즉 심리적 경계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심리적 경계를 든든히 세우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독립적인 게 아니라 회피성 성격장애라는 것을 알았다. 회피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주요 심리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홀로 있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거절이나 비판, 문제 해결 혹은 갈등 상황에 놓이는 것이 싫어서 그 상황을 피하거나 책임을 맡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충족되지 못하거나 성장하지 못한 심리적 자아가 있다. 이를 내면아이라고 한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만드는 작은 방법들]

* 간식 줄이고 하루 30분 걷기

* 강의 또는 책 30분 보기

* 오늘의 감정을 일기로 남겨보기

* 가까운 곳으로 여행떠나보기

* 미뤄둔 빨래나 청소 해보기

*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해보기


[나의 감정의 방아쇠는 무엇일까]

* 유난히 거슬리거나 신경쓰이는 타인의 행동이 있나요?

* 나를 화나게 하는 말투는 무엇인가요?

*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 느끼고 싶지 않은 불편한 감정은?

*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사건이나 상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마음에 큰 상처로 남은 일이나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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