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5천말 킬로미터.
빛의속도로는 8분 20초만에 도착할 수 있다.
빛이 1초에 지구를7바퀴 도니, 태양까지는 진짜 멀다.
그리고 지금 내가 보는 태양도 8분20초전의 태양이다. 8분이면 …
어쩌면 이미 그곳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이 우주에 너무도 많은 은하중에 하나다.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점, 지구.
태양정도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 도 있다. 하물며 지구는….
사는게 뭐라고? 석원이랑 점심을 먹으며 허무한 존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차피 죽으니 재밌게 살자고 했다. 나는 우주만 생각하면 괜히 사는게 덧없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느긋하게 일어났다. 알람없이 몇 시에 일어날지 궁금했는데 7시 30분쯤에 눈이 떠졌다.
달릴 채비를 마치고 마당에 나가 몸을 풀었다. 5
5년간 눈에 익은 낯익은 풍경들.
논들아 안녕~~~
강아지야 안녕~~~
어린시절 깊어만 보였던 시냇물아 안녕~~~
동네 한 바퀴 3km 옛친구네 집을 지나 철아줌마네를 지나, 방앗간을 지나 정겨운 우리 동네를 달려서 보는 재미도 좋다. 멀리서 낯익은 뒷모습!
엄마~~~~~~~
순대 사러 간다며 고스톱에 빠져 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내 유년의 어느날처럼 큰소리로 엄마 하며 목청껏 부른 가을의 아침이었다.
가을을 탄다며 가라앉는 마음을 돌보기 위해 오늘은 집콕을 했다. 뒹굴뒹굴 과자도 먹고.
일드도 보고. 음악도 듣고.
돈까스도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나의 딱딱한 침대에서 낮잠을 무려 3시간이나 잤다. 두근두근 신나는 일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예전처럼 서두르지 않겠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나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성장해 나가겠다.
또한 무작정 나를 소모시키지 않을 거다.
"나를 돌보며 나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간다"
5월에는 1km를 달리기도 힘들었었다.
오늘 10km를 달렸다.
시간으로는 1시간 35분. 이 긴시간을 멈춤없이 달렸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럽다.
달리는 동안 이 생각 저생각을 했다.
지난시절의 후회, 그리움, 미련, 기쁨 등.
그러나 다른 그 무엇보다 오늘 달리면서 나는 익어가는 벼들이랑 들판의 김장배추와 무, 흐르는 강을 마음껏 보았다.
생명들의 향연에 나도 호흡을 맞추며 달릴 수 있는 요즘이 꿈만 같다.
밤공기가 차가워졌다.
저녁 8시면 마음이 설렌다. 달리기하러 나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가을비" 때문에 운동장에 못갔다.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달렸던 여름이 벌써 그립다니...쉬어가는 날이 금요일이라 좋기도 하지만...
별장에서 남편밥을 차려 주었다.
멀쩡한 집 놔두고 별일이다. 작년에는 가을내내 마당 텐트에서 밥을 먹었다. 이상한 부인 만나서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다음주 쯤에는 마당에 텐트를 쳐야 한다.
가을에 실컷 놀아야 겨울을 잘 살 수 있다.
13일은 양평장날. 남편과 장구경을 갔다.
중앙식당에서 맛있는 만두국을 먹고 빵도 샀다. 그리고 나란히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보고 침을 맞았다.
역대급으로 긴 시간을 사이좋게 보냈다.
저녁까지 사이좋게 먹고 요가를 하고 달리기를 했다.
내일도 잘 지내자.
조그만 일에도 마음이 쿵하고 요동치는 날들이 떠오른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불안.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만히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는 일과 독서뿐이었던 날들.
밝고 끝없이 즐거워보이는 겉모습 뒤에 감춰진 두려움들. 실체없는 것들과 싸우느라 지쳤던 젊은 날들이 지나가니 마음이 편해졌다.
요가와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빨래를 돌린다. 힘차게 돌아가는 세탁기의 기계 소리와 엄마가 틀어놓은 남진의 "가슴 아프게". 할머니의 산소가 깨끗하게 벌초되어 있어서 다행이기도 한 하루가 다 저물어 간다.
브런치 연재 준비만 5년. 결국 실패. 나는 뻐꾸기처럼 동생 제니퍼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얹기로 했다. 우후~ 밤이면 내일 아침메뉴 생각에 즐겁고 아침이면 달밤달리기 생각에 즐거운 삶.
즐거운 세상에 즐거운여행자가 되길.
from 로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