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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간 콩이

by 책읽는 헤드헌터




9월15일 월요일 "나는 참 멋져"

오늘 문득 '내가 참 멋지게 살고 있구나' 하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기 위해 애를 쓸때는 참 외로웠는데 마음을 탁하고 내려놓자 내 공간이 더 넓어졌다.

롱런에 모인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있다.

달리면서 배려도 하고, 서로의 모난 구석도 너그럽게 웃어 넘기고 있다.

17명. 의도를 내려놓자 마음이 편해졌고 마음이 편해지자 벗들의 폭이 넓어졌다.

가을이 기뻐지고 있다.

we are Long Run!








9월 16일 화요일 "아픈 콩이"

빛줄기는 거세고 몸은 귀찮지만,
우두커니 혼자 있을 콩이를 보러 갔다.

문을 열고 사료 봉지를 들고 가면 기지개를 켜며 달려오던 콩이가 침대 밑에서 울고 있었다.

어디가 아픈가? 덜컥 무서웠다.

남편은 숙직이고 외딴 컨테이너에서 콩이랑 밤을 샜다. 안아주면 울지 않으니, 밤새 안고 있었다.

콩이의 따뜻한 온기 덕에 컨테이너에서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았다.

콩이야, 얼른 낫길 바래.











9월17일 수요일 "병원에 간 콩이"

휴가를 내고 남편이 왔다.

동물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건에 싸서 종이봉지에 콩이를 데려온 남편을 보니 화가 났다. 피톤치드 방향제를 콩이 집에 너무 많이 뿌려서 아픈거 아니냐고 남편이 고백을 했다. 너무 화가 났지만, 휴가까지 내고 콩이를 병원에 데려 온 정성을 생각해서 참았다.

간이 좋아지는 주사와 항생제를 맞고 식욕증진 캔과 캐리어도 싸서 집으로 왔다.

생명을 돌보는 일이란 참 숭고하지만.....












9월 19일 금요일 "말할 수 없는 일들"

마음밭을 용기가 생기면 주의해야 할 일들이 있다.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닌데,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용기가 생기니 분위가 불편하다.

요 며칠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슬로우조깅레슨을 했다.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어느새 마음속으로는 편을 가르고 있었다.

3km를 같이 뛰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방
삶의 궤적을 알게 된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분주함이 넘쳐서 속상한 레슨도 있었다.

내일부터는 더 노력해야지.










9월 20일 토요일 "하루종일 남편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남편과 같이 있었다. 장장 5시간 넘게. 퇴근 후 잠깐 안부를 묻고 헤어져야 하는 사이인데 뒤죽박죽 별장에 혼자 있을 생각에 머물다 보니 이렇게나 시간이 흘러갔다.

이 좁은 공간에서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말 이쁘게 하기

잔소리 안하기

신경 끄기

규칙을 정했다.

퇴직을 하면 365일 같이 지내야 하는데 막막하다.
연습하면 잘 지낼 수 있으려나.









9월 21일 일요일 "가을 하루"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별장에서 남편과 브런치를 먹었다.
사과. 커피, 빵.

둘이서 오손도손 아침을 먹고 석원이랑 셋이서 돼지갈비를 먹었다. 자식도 다 크니 괜시리 눈치를 보게 된다. 점심 식사 후 각자 갈 길로. 나는 현진이가 부탁한 LA갈비 영상을 찍고 요가랑 달리기를 했다.

저녁을 차리러 별장에 오니 차가 진흙탕에 빠져 남편이 삽을 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얼른 긴급출동을 불러 해결해주고 대문 분식 떡볶이를 먹고 엄마네 집으로 왔다. 따뜻하게 전기요를 켜고 하루를 정리한다. 무탈한 하루였다.







브런치 연재 준비만 5년. 결국 실패. 나는 뻐꾸기처럼 동생 제니퍼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얹기로 했다. 우후~ 밤이면 내일 아침메뉴 생각에 즐겁고 아침이면 달밤달리기 생각에 즐거운 삶.

즐거운 세상에 즐거운여행자가 되길.

from 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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