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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Apr 03. 2021

꿈을 잡으려다
자신을 놓쳐버린 사람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당신을 위한 간절한 글

지금 마음속에서 짠한 울림을 불러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이 힘겨운 사람이라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끝까지 글을 읽기를 바란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오늘 아마 가장 반짝이는 순간 중 하나를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간절한 마음으로 쓰는 이 글은 나의 실수와 시간 낭비를 한 분이라도 덜 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는 내 안의 작은 울림에서 탄생했다. 그러기에 앞서 간단하게 나를 소개를 하려 한다. 




올해 의과대학에 합격함으로써 나는 가장 오랜 시간 동안 1순위를 차지했던 목표를 이뤄냈다.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꿈이었기에,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생각하고 바라 왔던 미래의 내 모습이 굳건했기에, 나에게 의사란 꿈 이상의 꿈인 소중한 내 한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미국을 가게 되면서 초등학생의 수준도 안 되는 영어 실력을 가지고 미국 의대 진학을 하기까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잦은 흔들림과 불안 속에서 나를 다그치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달려온 결과, 내 방에 항상 걸려있던 선물 받았던 수술복 대신 이제는 내 이름이 새겨진 하얀 학생용 의사 가운이 걸려있다. 



셀 수 없는 순간들을 버티게 해 준, 가장 반짝일 거라 믿었던 그 순간에 지금 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행복할 거라 믿었던 이 순간이 가장 지옥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휴학 이후 난 추락 중이다. 그리고 늦게나마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찾는 중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과정 속에서 힘듦을 당연하게 여겼고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견뎠을 것이라며 나를 다그쳤다. 오히려 몸을 더 바쁘게 움직여서 힘들고 괴로운 감정이 머릿속에 들어올 수 없게 차단시키곤 했다. 마음에서 무언가의 적신호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그건 내가 지금 몸이 쉬고 있어서 그런 거라며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계속해서 내 안에 쌓아두었다. 목표를 이뤘을 때에 느낄 행복이 나를 깨끗하게 씻겨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게 나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였다. 


물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힘든 일은 항상 존재한다. 그 모든 힘든 순간에 멈춰 설 수도 없으니, 꾹 참고 내 길을 가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힘든 일에 반응하며 의미를 부여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참고 이겨내버리는 힘듦과 멈춰서 나를 재정비해야 하는 힘듦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로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끝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오히려 중독처럼 반자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강하고 현명한 사람들은 쉬어야 하는 때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제대로 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멈춰서 재정비해야 하는 시간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당장 멈춰서야 하는 신호들

1.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2. 힘들다, 괴롭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는데, 그 감정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3. 여태까지 달려온 내 모습을 봤을 때, 뿌듯하거나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안쓰럽다. 

4. 부정적인 감정의 궁극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5.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른다. 


위에서 아래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봤다. 여기서 몇 가지 이상이면 멈춰야 한다는 클리셰한 공식은 내놓지 않겠다. 이 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5가지의 신호들은 "나"라는 사람이 자기 자신안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은 반드시 온다.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서 오늘 원하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을 나도 참 자주 되새겼다. 그러나, 포기하는 것들 중 하나가 "나"가 되면 안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라는 주체가 흐려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꿈을 꾸던 사람이 흐릿해지면 꿈도 같이 흐려진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목표가 있는 것이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 달성하고 있는 목표들은 결국, 자신이 그 목표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강인함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열심히 사는 우리에게 마음 아픈 말이지만, 자아성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음의 적신호가 켜진다면 내 목표를 솔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왜 내 목표가 되었는지.




첫번째 적신호: 생활패턴과 식습관 

생활패턴과 식습관은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준다.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 결국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은 결국 나를 죽이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위한답시고 장기적으로 내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보다 목표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 또한 내가 그 목표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목표가 나를 품어버리고 삼켜버린다. 소중한 내 목표가 나를 죽이는 모순이 생긴다. 정말로 목표가 간절한 사람이라면 그 목표를 실행해야 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긴다. 



두번째, 네번째 적신호: 자아성찰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거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볼 수 없다는 것은 자아 성찰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현재 심리적, 정신적 위치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사람들이다. 이는 주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외면하려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인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데도 외면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똑같은 부정적인 상황에 나를 노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방어적인 태도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자극과 불편함,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한편으로는 이걸 견디고 있는 내가 조금은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굳은살이 생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마음의 굳은살이 내 속마음을 가려버리는 순간이 오면 나를 찌르는 것, 아프게 하는 것들에 점점 무감각해진다. 그렇게 점점 진정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것도 끝도 없는 우울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머리가 구름 사이에 붕 뜬것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마취된 것 같은 적막함이다. 자아성찰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자아성찰의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하고 최대한 구체적인 답을 하는 시도를 하면 된다. 



세번째 적신호: 안쓰러움과 불쌍함 

과거에 열심히 달려온 내 모습을 떠올리면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 성취감도 어느 정도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컴컴한 느낌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순간들의 집합체에 대한 결과를 얻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뒤를 돌아봤는데 먹구름이 가득하다면 그 먹구름들이 모인 집합체는 오히려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정, 회색으로만 칠해진 작품이 밝을 수 없듯, 목표를 이루는 순간에 내가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되고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게 아니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힘들고 찌질한 순간들이 찾아와도 묵묵히 버티고 이겨내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멋있어야 한다. 정말 후회가 될 정도의 안쓰러움이 아니면 존중받아야 마땅한 나를 괜히 불쌍히 여기는데 에너지를 쓰지 말자. 그 정도의 자존감은 나와 내 목표를 지키는 최소한의 버팀막이 되어준다. 



다섯번째 적신호: 제대로된 휴식의 공백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것에 대한 설명은 책 후반에 다루도록 하겠다. 내용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오래 생각해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핵심만을 말하자면, 제대로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는 에너지 충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엔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시간은 버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신호이다. 쉰답시고 10시간을 자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면 개운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쉬는 방법은 비슷하다. 술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누워서 영상을 보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목표를 향하는 길이 점점 길고 멀어질게 될 것을 장담한다.






나는 저 위의 4가지 신호 모두를 최소 3년을 감지하면서도 모른 체했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 조금 멈추고 마음을 들여다보니 문제점들과 결핍들이 셀 수 없이 보였다. 하나의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는 다른 목표를 세우고 조금 더 행복하고 신나게 돌진해보고 싶었는데,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니 무서웠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 믿었던 목표가 이대로는 결국 나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돌보지 않고 내 그릇의 크기를 인지하지 못한 내가 나보다 더 큰 목표를 품으려다 깨져 버릴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느낀 두려움과 막막함, 불안은 그렇게 날 집어삼켰다.


마음이 주는 신호를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하는데만 집중한 까닭에 나는 그렇게 바라던 목표를 이루고도 웃지 못했다. 

난 그게 억울할 만큼 화가 난다. 그러니 그대들은 나처럼 목표를 이루는 순간까지 기다리는 실수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때그때 나를 돌아보고, 나와 대화하고, 나를 챙기길 간절히 바란다. 긴 여정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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