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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Apr 02. 2021

미리하는 실패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 부르고 싶다면


삶의 끝엔 죽음이 있다는 것처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또 하나의 법칙이 있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 실패는 경험하게 된다는 것. 다들 마음속에 간직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 참 잔인하기도 한 말이다. "실패"라는 이 두 글자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이는 순간도 있다. 두렵고 피하고 싶고 그 시기가 언제 찾아올지 초조해하는 순간만큼은 큰 성공은 하지 못하더라도 실패만큼은 마주 하기 싫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한 많은 실패와 성공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실패를 피할 순 없어도 실패의 시기만큼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뒤로 미룬다는 의미에서 실패의 시기를 정한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최대한 빨리, 여러 번의 실패를 마주하기 위함이다.




실패의 질량

나는 특정한 일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요구하는 실패의 질량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질량은 일의 중요도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본다. 실패의 시기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주는 힘은 여기서 가장 큰 빛을 발한다. 실패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문장을 여러 번 곱씹어보고 완벽히 이해해보길 권한다.


실패의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실패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많은 시간을 얻는다는 것은 실패를 더 자주, 여러 번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실패의 "횟수"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실패의 "횟수"를 통제한다는 것은 실패의 "크기"를 방금 얻은 시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좀 더 작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실패의 존재 자체를 제외한 모든 것은 내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리에서의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실패에서도 같은 법칙이 성립하는 셈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 요구하는 실패의 질량만 빠르게 알아차리는 게 핵심이다. 그 질량만큼의 실패를 오랜 시간에 걸쳐 배분하여 작게 경험하게 된다면, 크게 지치지 않고 성공을 맞이할 수 있다.





조금 더 시각화하기 위해 실패에 무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의 일을 성공하기에 앞서 300g의 실패를 먼저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실패의 시기를 앞당긴다면 100g의 실패를 긴 시간에 걸쳐 3번에 소모할 수 있다. 혹여나 100g이 버겁다면, 조금 더 이른 시기로 앞당겨 10g만큼의 실패를 30번으로 나누어 조금 더 작은 형태로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실패조차 두려워 미루게 된다면 300g의 실패를 한 번에 맛봐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시간이다.


미리 경험하고 미리 준비해야 결단의 날에 웃을 수 있다. 수능 1등급을 받은 학생,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한 취준생,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작가, 마침내 데뷔에 성공한 연습생. 이 사람들은 실패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훗날의 중요한 순간의 큰 실패보다 몇 년에 걸친 크고 작은 실패들을 선택한 끈질긴 사람들인 것이다. 늦은 밤 독서실에서 혹은 연습실에서 아무도 보지 못한 셀 수 없는 좌절을 겪으면서도 미리 또 하나의 실패를 준비하던 강한 사람들인 것이다.


실패를 성공이라 성공의 어머니라 당당히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많고 자잘한 실패를 혼자 견뎌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그대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리 달려가 온몸으로 겪고 다시 일어나는 하루의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연습실에서 넘어질지, 무대에서 넘어질지. 선택은 결국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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