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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Jul 09. 2021

나를 들여다 보는 일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에 대하여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혀 사는 현대사회에서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보기 드물다.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정의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 조차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식으로서의 모습, 직장인으로서의 모습, 친구 혹은 애인으로서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식 바뀌는 이름표에 애석하게도 정작 본인 이름 석자는 흐려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뿐인가. 수직구조를 띄는 사회에서 아래에 남겨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사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기준과 가치관을 지향하게 된다. 사회가 멋있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어느새 스스로 멋있고 가치 있다고 여기게 된다. 결국, 온전히 "나"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믿었던 일들을 들여다보면 실은 "남을 만족시키기 위한 나" 혹은 "사회에서의 나"를 위한 일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 자신이 삶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살아가다 보면 문득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이 찾아오게 된다. 굳건한 중심이 없으니 찰나의 찬 바람에도 휘청이게 된다.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게 마냥 쉽지 않고 일어난다 한들, 넘어질 때의 상처가 오래 남기도 한다. 잠시 나를 벗어나 누군가를 위하는 것도 참 예쁜 마음이지만 다시 돌아올 때 제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아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지금 내가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마음이 공허하고 결핍하다면 더이상 미루지 말고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런 내 가치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지. 그게 아니라면 내 마음을 외면하면서까지 지속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샅샅이 들여다봐야 한다. 잠시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내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나를 이루는 작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나를 넘어트리던 찬 바람도 시원한 미풍으로 느껴지는 날이 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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