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뭐길래?

by Jenn

이제는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잠깐의 쉼이 있을 뿐 끝이 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한 건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 춘. 기.

도대체 뭐길래?


이 무서운 병은 내 삶에 찾아들었을까?

정확히 말해 내 삶이 아니라 내 딸아이의 삶이겠지.

하지만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건 내가 아닐까?


난생처음 원형탈모라는 게 생겼다.

그 힘든 이민 생활을 버틸 때도 생기지 않은 원형 탈모가 지금 생기다니...


사춘기 넌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딸아이의 사춘기 증상의 시작은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뭘 물어보면 겨우겨우 대답을 하고 그마저도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더 이상 대화하기 싫은 사람처럼...

이런 딸에게 말 걸기가 싫을 정도로 아니 겁이 날 정도였다.

그러다가 그마저도 않고 "알아서 할게"라는 대답을 들었을 땐 정말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였다.


아니 아니 왜 그런 건데?


예전의 딸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엄친아"였다.

매일 새벽 5시면 스스로 일어나서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심지어 아침도 알아서 챙겨 먹고, 학교 갈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는 아이였다.

준비물을 잊어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모든 숙제를 혼자서 스스로 하며 방이 어질러진 적도 없다.

야단칠 일도 없고 큰 소리 낼 일도 전혀 없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상담할 때도 너무나 잘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뭐든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아이였기에 성적도 항상 좋았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그래서 어쩜 변해버린 딸아이를 내가 더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난 너무나 힘들었고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사춘기를 먼저 겪은 지인들은 내게 "딸을 하숙생 대하듯 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부딪히고 이제 딸은 말문만 닫는 게 아니라 방문도 닫아버렸다.

굳게 닫힌 방문을 보는 순간 정말 뭔가로 머리를 한대 쾅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대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딸아이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선은 줄곧 다른 곳을 향하고 나와의 대화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대화는 해야겠다 마음먹었기에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문 닫는 건 절대 안 된다.

문을 닫으면 문을 확 떼어버릴 거라는 협박과 함께......

대신 네가 원하는 걸 말해봐.

뭐든 들어줄 테니.


딸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가만히 한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엄마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아."

이 말을 듣는 순간 왜 이리 울컥한 건지.

너도 네가 이상하단건 알고 있구나.

단지 조절이 안 될 뿐.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끝나버렸다.

하지만 그러고는 괜찮았다.

나도 안 부딪히려 노력을 하였고 딸아이도 그러는 게 눈에 보였다.




기나긴 12월 방학이 끝나고 9학년(중3)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딸아이는 예전처럼 조잘조잘 말하기 시작했고 모든 게 괜찮아졌고 원래대로 돌아온 듯했다.


아하 드디어 끝나는 건가?

원형 탈모로 구멍이 나버린 내 머리에도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했고,

무표정하던 딸아이의 얼굴에도 웃음이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전의 다정했던 모녀 사이로 돌아가서 함께 쇼핑도 하고 한국 예능도 보면서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방심한 탓일까?

다시 딸은 요즘 날카로워지고 가시 돋친 말을 뿜어낸다.


나 이제 또 어떻게 해야 하니?

끝난 거 아니었어?

사. 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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