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

by jenny

여행 중에 내 피부에 와닿았던 타인의 불행, 그리고 그 앞에서 내가 가졌던 어정쩡한 자세에 대한 글을, 꼭 한 번 남기고 싶었다.


아래는 그것들의 모음.


1. 모로코, 마라케시, 마조렐 정원


코발트블루의 마조렐 정원, 복잡한 마라케시 속 조용한 휴식이 되었던 곳. 입장료는 모로칸은 40DH, 외국인은 70DH였다. 가격 차이와는 무관하게 방문자는 거의 다 유럽인 관광객들. 모로칸은 전혀 없었던 것 같고. 이 복잡한 마라케시 속에서 유일하게 휴식 같았던 고요하고 예쁜 그 장소마저 그들이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이 장소가 나에게만 휴식인 건 아닐까. 또 생각했다.


저녁에 잠깐 얘기를 나눈 숙소 스텝이 얘기해준 모로칸의 평균 월급, 250유로. 그 얘기를 듣고 나서 h와 잠깐 얘기했었다. 야시장에 맨날 앉아 있는 호객행위에 서툴러 보이는 저 아주머니는 하루에 얼마나 가방을 팔 수 있을까?


2. 볼리비아, 우유니


우유니 소금사막에는 허가된 사륜구동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 내가 투어사에게 내는 투어비는 채 3만 원이 되지 않았고, 이 돈에는 차량과 드라이버가 포함되어 있다. 예쁜 우유니를 보기에 꽤 합리적인 금액.
그런데 월평균 소득이 200-300불인 볼리비아 국민들에게는 그 마저도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현지인들은 우유니 소금사막 입구까지만 와서 물놀이를 하다가 돌아가기도 한다고. 우리가 본 더 예쁜 사막은 보지 못하고. 마라케시의 마조렐 정원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아니 그 외에도, 어떤 나라에 엄청 유명한 관광지를 갔는데 현지인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만 가득했던.


불편하다고 달라질 게 없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 이런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값싼 동정인지, 연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도감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남의 부족함을 재료로 삼는 삶은 살지 않길.


3. 모로코, 페즈, 가죽 염색공장



페즈의 명물, 테너리. 가죽 염색하는 곳인데 오물 냄새가.... 그래서 구경하러 들어갈 때 민트를 하나씩 줬다. 코에 대고 있으라고. 스쳐 지나가는 나도 악취 때문에 토할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 이 일은 자부심일까, 돈벌이일까. 이곳에 서서 나는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마냥 냄새나고 더럽다고 넘겨버려야 할지, 삶에는 이런 모습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야 할지, 주제넘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4. 콜롬비아 아르메니아

오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콜롬비아의 아르메니아. 오직 쿠바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m과 s를 만나기 위해 왔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움에 수다를 떨고 잠도 자고, 산책도 하다가 저녁이 돼서 치킨을 먹으러 갔다. 한 명당 2천 원 남짓에 치킨을 배부르게 먹는데, 자꾸 옆에서 노숙자가 빈 과자봉지를 들이밀면서 말을 걸었다. 구걸이겠지 생각하고 그냥 넘기고 치킨을 먹고 나오는데, 그 노숙자가 우리가 먹고 남은 치킨 뼈와 튀김옷을 달라고 말했는지 치킨집 사장님이 챙겨주고 있었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남이 먹다 버린 치킨 뼈와 튀김옷으로 연명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불편해져서 외면했던 그 삶들에 대해서. 함부로 동정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또 기분이 막막하다가. 괜히 불공평한 세상에 화가 나다가, 콜롬비아에는 빅이슈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렇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 여운은 꽤 깊게 남아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5.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내가 지나치듯 짧게 보고 연민이 들었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 글은 일부고, 훨씬 더 많은 삶들을 보았다. 그들이 과연 불행했을까. 나는 그들이 불행했다고 단정 지어도 되는 것일까. 그러는 그들보다 조금 더 가진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내 형편이 아무리 궁색해지더라도, 남을 돕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돈이 아니라 마음이나 시간이더라도. 만약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만 쓰는 게 아니라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쓰고 싶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돌멩이 하나라도 얹자는. 어렸을 때 다짐했던 그 소박한 생각을 실천하기를. 그동안 꽤나 이기적으로 굴었던 내가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남겨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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