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없는 고민으로 잔을 채우던 스무 살에 만났어요. 해가 지나 고민보다는 낮잠을 더 자버리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그 사이 우린 연인이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시간을 거쳐 가족을 닮은 무언가가 되어버렸어요.
어느새 즐겨 찾는 술집 취향까지 비슷해졌을 때
누군가 말했겠죠. 이러다 결혼도 하고 그러는 걸까.
그때 그 곳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면 어떤가요, 시선을 둘 곳을 서둘러 찾았다면요. 잔 속에 찰랑이는 술을 이리저리 기울이다 괜히 멋쩍어 어깨를 툭 치는겁니다. 결혼은 무슨 하고요.
슬쩍 고개를 들어 얼굴을 봤어요. 붉어진 뺨을 감추려고 손으로 부채질도 좀 하면서요. 그 때 입니다.
오랫동안 봐온 얼굴인데, 앞으로 더 오랫동안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는 겁니다. 다른 사람 말고 둘이서 이렇게 좋아하는 곳에서 짠하면서 시덥잖은 농담에 주말을 낭비하는 거, 계속 하고 싶어졌어요.
하루만에 정이 든 사람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봐왔지만 정말로 하루만에 정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