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May 05. 2019

우리의 처음

처음이라는 단어는 참 듣기가 좋아요. 음-하고 울리는 소리로 끝나서 그럴까요, 언젠가부터 처음하는 일들이 전부 좋아졌어요.


처음 떠나는 여행도 그랬어요. 여행 이야기가 나온 날부터 내내 설레였고요, 밤마다 뒤척이고 괜히 웃음이 나왔어요.


우리는 함께 장을 봤어요. 결혼한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괜히 쑥스러운 순간은 금세 지나갔고요, 자연스럽게 이건 어때. 저건 너무 많지? 고기가 이렇게 비쌌나? 하면서 많은 웃음을 흘렸습니다.


고기를 넣어 쌈도 싸주고, 와인 잔도 부딪혔어요. 게임 벌칙으로 서로에게 노래도 불러주었습니다. 함께샤워하고 머리를 말려주었고요. 아침에는 테라스에서 서로를 꼭 안아주었어요.


아, 이제 알겠어요. ‘처음’ 이라는 단어가 왜 그토록 듣기 좋았는지요. 그날의 공기와 온도, 우리가 지은 웃음과 붉음은 전부 처음이라는 두 글자에 오롯하게 새겨졌어요. 처음 떠나는 여행은 그렇게나 따뜻하고 설레이는 기억으로 남아버린 겁니다. 단어 자체에 새겨진 모양이에요.


언젠가부터 처음하는 일은 전부 좋거든요,

그대 덕분이네요. 고마워요.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만에 정이 든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