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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17. 2019

<먼 훗날 우리 >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난한 시기에 만나 사랑에 빠진다. 왜 그런 거 있잖아, 혼자 하면 궁상인데 둘이 하면 꽁냥인 거. 그런 연애가 주는 행복감이 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행복한데 조금 더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먼 훗날 우리를 상상하는 행복.

양파 한 망으로 일주일을 버티던 이를 사랑한 날도 있었다. 우린 저녁과 함께 먹는 맥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지만 낡은 옷을 사서 입는 날이 많았다. 어쩐지 낮에는 더 가난해 보여서 밤이 좋았다. 낮에도 눈부신 사람들을 만나는 날에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도망치지 않고 사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살뜰하게 보살피고 서로를 다독였지만 그는 나만큼 힘을 내지 못했다. 점점 야위는 모습이 싫어서 요리도 자주 해줬는데. 결국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에 이별을 결심했다. 영화 속 그들도 그렇게 헤어졌다. 우리 모두는 적절한 시기에 만나지 못한 아쉬운 연인이었다.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새 옷을 입고 따뜻한 햇살을 걸으면서 우리가 사랑했다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때 야윈 너를 놓치지 않았다면 다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앞으로는 누구와도 헤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남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만약을 생각하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는 일은 내겐 너무 힘드니까.


사랑은 너무 값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별이 있어 아픈 법이다. 어쩌면 자꾸만 사랑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사랑하고 싶지만 이별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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