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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07. 2020

느닷없는 의심일까.

나는 요즘 의심을 시작했다.

그게 의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의심의 뜻을 확인하고는 이마를 탁 쳤다.  


의심: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어떤 사람을) 좋지 않거나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


현재 나의 상태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나는 지금 의심 중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


1. 주어진 그대로를 (이야기 혹은 상황)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듣고 있는 이야기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3.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 사람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아닐까 생각한다.

4. 어떤 이야기나 상황을 과거와 연관 지으며, 과거에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은 아닐까 생각한다.


오, 나는 지금 정말 의심 중이다! 그러니까 내겐 정말로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이 비극은 많은 이들이 그렇듯,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견고하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신뢰의 벽에 금이 가면서 여기저기 틈이 생긴 것이다.


우린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고 분명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무너지는 벽을 붙들고 있느라 하루하루 몸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하는 내 마음을 정말로 그는 알고 있을까? (이것도 의심일까)


그의 말처럼 다시금 말끔한 벽을 세울 수 있을까? 나는 더 이상 몸에 힘을 주고 지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의심들을 끊임없이 하느라 마음이 지친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박지윤은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의존성이 적을수록 의심이 없고 반대로 타인에 대한 기대가 크면 클수록 의심도 커진다고.


어쩌면 그동안 내가 너무 그를 사랑했을지도,

혹은 우리의 사랑을 너무 미화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처럼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고.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을 너무 애틋하고 귀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그게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겐 삶만큼이나 사랑도 중요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그래도 앞으로는 쉽게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또 무너지는 벽을 짊어지는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 이렇게 누군가로 인해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어젠 너무 힘이 드는 새벽이라 의심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1. 의심을 잠재워줄 수 있는 제 3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2. 의심이 아닌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시도한다.

속지 않아야 이기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승부욕을 가져라.


3.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참아본다.

의심은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일 의심이 생기면 실제로 속았을 때의 피해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만에 하나 잘못된 의심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해도 생각하라.


의심이 맞는지 안 맞는지 전전긍긍하며 속을 썩이기보다는 마음 편히 속아주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일 마냥 참는 것이 힘들다면 의심했던 사안이 확인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 이것을 내가 알았다면, 절대로 거짓말에 대해 묻지 않았으리....)


4. 둔감함을 키운다.

마음 자체를 비우는 방법을 배우라. (매일 명상을 시작하자.)


5. 의심이 가는 대상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

한 대상에 대해 계속 의심하고, 그 의심이 자신이나 상대방의 삶을 점점 파멸로 이끌어간다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사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내가 의심하는 상태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눈물이 많이 난다.

(혹시나 이 의심이 우리의 삶을 파멸로 이끌어서 헤어지게 될까 봐. 이것도 의심일 것이다. )


그럼에도 무너진 신뢰의 벽을 지고 있는 것은

따뜻한 그의 말과 행동을 여러 번 보았고,

그 온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또 믿고 싶어 지고

무거워도 버티고 싶음이다.


부디 겨울이 오기 전에

이 벽이 오롯하게 틈이 메워져서

내 사랑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애틋하게 사랑하기를 사랑을 믿기를,

삶만큼 사랑을 원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


내 마음이 많이 다쳐서 아직은 의심만 하고 싶나 봐요... 안쓰러운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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