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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06. 2018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

증거를 잡았다면 그 사랑을 지킬 것.

이 세상에 같은 모양의 지문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같은 사람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예쁘지 않은 이는 없고, 먼저 상대를 배려하면 상대도 내게 배려하여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분명 더 좋은 사람은 있다.


신이 사람을 만드실 때, 숙련된 두 손에게 그 일을 맡기셨다고 한다. 그러니 그 손들이 더 좋은 마음을 먹고 만든 이가, 좋은 이로 빚어져 태어났을 터. 우리는 그런 이를 만나고 싶다.


죽음을 일찍이 겪은 사람을 만났다. 본인의 죽음도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며 하루를 선물처럼 여기던 이, 어떤 편견 없이 상대를 대하던 이, 그에게 일분일초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그의 어머니를 몰아세우며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했어야 할 끝없는 후회를 짊어지고는 매 순간을 감사로 물들이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기분이 엉망이라 밑도 끝도 없는 변덕을 부렸다. 이 정도의 어리광은 누구라도 참기 어려운 것이라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는 괜찮아 보였다. 참 이기적이지만 그게 기분을 나아지게 했다. 모난 부분까지 받아주던 그의 태도에서 진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후에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말하길,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렇게 사랑하는 이가 화가 났다면, 이토록 완벽한 이가 토라졌다면 그건 분명 자신의 잘못이라고.


아,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다.

"티끌의 잘못이라도 나에게 있다면 네가 화가 날만 하지." 하고 말하며 웃었다. 털어서 티끌의 잘못이 나오지 않을 이가 어디 있는가. 그는 언제나 너그러웠다.


"마음이 넓은 사람을 만나렴. 바다처럼 넓고 호수처럼 깊은 이를 만나서 사랑을 키워야 해."


그게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이를 본 적이 없고, 나조차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기 때문.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는지는 한참이 지나야 알게 된다. 나쁜 사람을 만난 후에야.


그러니까 좋은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는 조금 서툴더라도,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진 이다. 넓은 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소박하게 돈이 아닌 것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한 사람, 함께하는 사람의 어떤 차림새나 행동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실수를 덮어주고 결점을 못 본 체 하는 사람, 매일 용서하는 삶을 사는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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