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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05. 2019

재미있는 사람

꼭 웃기지만은 않아도 되는걸요.

아이들은 종이컵 몇개로도 참 즐겁게 놀거든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는 뭘 해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친구와는 늘 싸워요. 싸우는 일 말고는 감정을 담아 재미있게 놀 일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친구인겁니다.


사랑도 다르지 않아요.

마음이 맞는 사람과는 뭘 해도 재미있거든요.

공 굴리듯 살결 위에 손을 굴리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맞대는 일로도 반나절을 보낼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로도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고요.


“청설모 되게 귀엽네”

“청설모는 다람쥐랑 다른건데.”

“다람쥐처럼 볼에 음식을 넣어본 적 있어 어릴때.”

“처음 넣은 음식은 흐물흐물 했겠네”

“입에 줄줄 흘러내려 혼났지. 겨울에 청설모 많이 잡던데 고모네 집은”

“먹을게 없어서 농작물을 먹나보다”

“청설모 먹을 밤 같은거 이제 주워오지 말아야겠다. 먹을 것도 없을텐데, 겨울엔”

“청설모가 먹고 간 밤 껍질 봤거든? 그것도 귀여워”


이런 대화들이 나중에 유독 생각이 나더라고요. 별 것도 아닌 대화인데 말입니다.


꼭 웃긴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내게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우리의 대화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이 맞장구도 잘 쳐주고 또 웃음도 있을 때 우리 마음에는 재미가 깃들거든요. 엄청 웃기지 않아도 말입니다.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마음만 맞으면 누구나 충분히 재미있거든요. 정말입니다.


 어떤 사람과는 잘 맞지가 않잖아요, 쓰는 단어나 호흡의 길이가 참 달라서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고요. 말의 뜻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요. 그럼 재미가 깃들 수가 없어요. 웃음도 안나고요, 되려 기운이 빠집니다. 그 사람이 재미없고 웃기지 않은 사람이여서가 아니에요. 우리가 참 달라서 한 사랑을 만들어 내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땐 선택해야겠죠, 끊임없이 호흡을 맞추고 하나의 사랑의 언어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거나.


내가 재미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상대가 웃긴 사람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이 맞는가의 문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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