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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강 Jan 29. 2024

아버지는 항상 BBC를 보셨어요!

강남녀 제니 양의 초중고 학창 시절 이야기.



사교육도 사교육이지만, 저의 초중고 학창 시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신 건 아버지였어요.


아버지 덕분에 지금도 항상 클래식을 들으며 생활을 하고 있고, 전보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저의 영어실력도 아버지 덕분에 많이 배운 것이거든요. 


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저를 항상 차로 픽업해 주시곤 했는데, 차에 타면 항상 클래식 Fm 라디오가 맞춰져 있었어요. 그래서 전 그 클래식을 들으면서 안정된 마음으로 등, 하교를 할 수 있었죠. 그래서 덕분에 지금까지도 클래식을 어렵지 않게 매일 접하면서 듣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클래식이 저의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저희 집 거실에는 옛날부터 꽤 큰 TV 가 있었어요. 물론 요즘엔 다들 큰 TV를 갖고 계시겠지만, 옛날 제가 초등학교 시절엔 흔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 큰 TV에서 항상 나오는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었어요. 

바로 BBC와 CNN이었던 거죠. 아버지가 그 뉴스를 백 프로 다 이해하진 않으시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항상 그 프로그램들을 보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말이죠. 

외국계 은행에 입사하기를 바라시던 아버지의 바람 때문에 일부러 보셨던 건지, 아니면 왜 인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버지의 BBC는 제가 처음 유학 가서 어학연수를 받았을 때에,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보고 싶으신 다른 채널도 많으실 텐데... 아버지께 이 자리를 비로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중학교 기악시험 때였어요. 저는 바이올린을 킨 적도 있고, 피아노를 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다 까먹은 피아노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기로 약속했어요. 에튀드도 아닌 녹턴이라, 나름 건반을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여, 피아노 선생님의 가르침과 함께 열심히 외웠지요. 그런데 문제는, 모두 끝까지 외우질 않고, 기악시험 시간만큼까지만 외워버렸던 거예요. 

아뿔싸!

음악 선생님이 너무 연주를 잘하는 절 보고 하시는 말


" 제니야, 너무 잘 치는데, 끝까지 쳐 줄 수 있겠니? "


" 여기까지 밖에 못 외웠는데요 선생님..."


수행평가를 위한 웃기고 슬픈, 맞춤형 중학생의 스토리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강남 8 학군'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명문 여고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남녀공학에 진학하여 그전 날 막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그 당시, 남녀 공학에 진학하여 내신을 꽤 잘 받았으니 저에겐 어찌 보면 이로운 점이 많았던 셈이에요. 

고등학교 생활을 생각해 보면, 특별히 즐거웠던 적도, 그렇지 않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어요. 저도 상위권에 속하긴 했지만, 최 상위권은 아니었어요. 이른바 최 상위권에 속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여유로운 집안의 자식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들 중 하나가 제 단짝이었는데, 그 친구의 부모님이 강남의 각 학교에서 최 상위권의 친한 아이들 몇 명을 모아서 비싼 돈을 주고 가장 유명한 대치동 학원 선생님을 고용해 과외를 했다고 들었어요. 방학 때마다 줄을 서서 등록해야 들을 수 있는 그런 대치동 학원가 선생님을 말이에요. 저도 몇 번 해 본 적은 있는데, 저에겐 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 공부에 정말 충실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 제가 가장 흥미 있었던 과목은 외국어였는데, 영어와 불어였던 걸로 기억이 나요. 지금은 불어 한 마디 못하지만, 그때는 불어 선생님께서 열심히 한다고 코멘트까지 써 주셨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런 선생님들의 코멘트들을 좀 많이 받아서, 여러모로 저의 내신 성적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앞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수능과 내신 중에서, 내신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내신은 변수가 많을 수 있어요. 못 보면 다음 기회에 만회할 수 도 있고, 고등학교 3년 동안에 얼마든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수능은 다르죠. 한 번 못 보면, 일 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하고, '재수'란 어려운 과정을 또 거쳐야 해요. 더군다나 저같이 그런 큰 시험에 약한 사람에게 수능은 정말로 어려운 시험이 아닐 수 없어요. 





제가 수능을 보던 날, 전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했고, 나가고만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었죠. 참고 다 풀고 나오긴 했지만, 결과는 정말 끔찍했어요. 부모님은 재수를 권하셨지만, 전 수능이란 걸 다시 보아도 잘 볼 수 없는 사람인 걸 알았기 때문에 유학을 결심했어요. 평소 제가 유학을 생각했기 때문에 내신을 다져 놓은 이유였기도 했고요. 하지만 자기가 평소 수능이 안 나온다고 하여, 무조건 유학을 결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유학도 유학 나름대로 아주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죠. 세상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 Best ' 인 길을 찾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그 후, 런던에서 유학준비를 위해 얼마 간의 어학연수를 마친 뒤 대학교 파운데이션을 통과하고, 영국의 명문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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