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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강 Feb 26. 2024

낮 병동에도 '봄날'이 와요.

정신과 낮 병동을 다니다가 봄날을 맞은 사연...




저는 정신과에서 통근 치료를 하면서, 한 때 강남에 있는 한 종합병원 정신과의 낮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낮 병원이란 입원치료와 외래치료의 중간단계로써, 낮 동안 병원에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가정과 사회로의 적응을 돕는 제도입니다. 여러 환자를 낮 병원에서 볼 수 있으며, 약물관리도 낮에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조현병, 조울증, 발달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환자들이 참여하는 수업 단위로 이뤄지는데, 마치 학교와 같은 커리큘럼 같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약물 조절의 도움을 받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도움도 받았으며, 미술, 꽃꽂이, 요리 등의 교육도 받았습니다.




제가 낮 병원 수업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꽃꽂이'와 '미술 치료'입니다. 꽃꽂이의 경우, 외부에서 꽃꽂이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하셨는데, 저의 적성에도 잘 맞고, 흥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계기로, 낮 병원 수업 후 꽃꽂이 학원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후, '화훼 장식 기능사' 자격증 공부까지 했고요. 물론, 그 당시 손이 느려서 실기 실험에 낙방하긴 했지만, 정말로 인상에 깊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하다가 꽃꽂이 시험까지 보게 되다니... 정말 대단한 경험 아닌가요?



그 다음 제가 관심 있고 매력 있게 생각한 낮 병원 수업은, '미술 치료'입니다.

저는 미술 치료를 통해서 얻은 게 정말 많습니다. 미술 치료를 하면서, 다시금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미술작가가 되었거든요. 미술 치료로 미술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나서부터, 매일 스케치와 파스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제 추상화 그림도 여기 이때 이 파스텔 그림에서부터 유래된 것이에요. 이땐 정말 그림을 미치듯이 그린 것 같아요.


제니강 아뜰리에의 저자 제니강의 작품들 (저자의 작업실 전경)




낮 병원을 한동안 다니다가, 병이 많이 호전되어 종합 병원 교수님이 개원하신 개인 병원으로 정신과를 내원하게 되었어요.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다가, 우연한 기회가 되어 교수님께 그림 스케치북을 보여드리게 되었어요. 그 스케치북을 보신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제니씨, 미술을 한 번 해보는 건 어때요?"


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저는 우선 그림을 계속 그려보자!라고 생각을 했죠. 그리곤 병원을 다니면서 그림을 계속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겐 미술이 '치료'인 샘이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가다가, 우연히 아버지 친구분 중에 미술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전 그분을 소개받았고, 감사하게도 그분의 도움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추상미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 사건이 제가 추상 미술 화가가 된 계기랍니다.


제니강 아뜰리에 (저자의 작업실) 오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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