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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강 Feb 19. 2024

반갑지 않은 손님



플랏 메이트들과의 6개월간의 즐거운 플랏 생활에 조금은 공동생활의 불편함을 느껴서 저는 혼자 사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전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거리에 위치한 바닷가가 조금 보이는 2층짜리 플랏에 살게 되었어요. Hope Street란 곳이었는데, 나중에 이사하고 보니, 윌리엄 왕세자도 같은 라인에 살고 있더군요. 가끔 등, 하교 길에 윌리엄과 지금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을 보곤 했답니다!




그 집은 아주 큰 도르래가 달린 멋진 창이 있고, 밖엔 바다가 조금 보이는 짙은 녹색벽과 높은 천장의 멋진 집이었습니다. 집은 정말 멋진 집이었지만,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홀로 하는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겁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너무나도 추웠고, 바람은 칼바람이었어요. 저는 공동생활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같이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큰 외로움을 홀로 나가 살면서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그 외로움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술'이란 걸 접하게 됐어요.





한 마디로 저는, 술독에 빠지고 만 겁니다. 

그래서 혼자 덩그러니 넓디넓은 집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도 하고, 한동안 술을 아주 원 없이 많이 마셨어요. 이건 다른 얘기지만, 그 당시 한국의 백화점에서 99만 원 했던 밸런타인 30년 산이 그 동네선 30만 원밖에 안 했더라니까요! 정말 술 마시기엔 최적인 곳이 스코틀랜드예요 하하. 동네 거리 끝자리에 술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얼마나 제가 그곳을 자주 갔으면 그 아저씨와 나중엔 정말 친해져서, 정말 술을 싸게 많이 구했던 기억이 나요. 

낮에는 펍(Pub)에서 기네스(Guiness 영국의 흑맥주)를 마시고, 밤에는 집에서 그 가게에서 구했던 양주나 와인 등 그 외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아요. 모범생이었던 한국에서의 저였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그런데 이게 발단이 되어 한국에 와서 보니, 알코올 중독이란 병이 되더군요. 한동안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느라 몇 년이나 시간을 보냈지요.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수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때부터 저도 모르는 사이 우울증이 시작된 것 같아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원서로 된 책도, 한국어로 된 책도... 그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것 같아요. 겨우겨우 학교 수업을 유지해 가면서 몇 년을 버텼어요.

 

무언가 마음의 병이 생긴 것 같아서 '정신과' 란 곳의 문을 처음 두드렸어요. 

정신과에 처음 가니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온실 안의 화초가 밖에서 비바람을 맞으니 당연히 풀이 꺾일 수밖에 없지." 



생각해 보니, 그동안 저는 집에서 고생 한 번 안 하고 자란, 귀한 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외로운 유학 생활에 쉽게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게 된 거죠. '외로움'과 더불어 '영국의 날씨'도 저의 병에 한몫을 했다고 말해 드리고 싶어요.

 

영국 날씨는 우울하기로 참 유명하죠. 특히 스코틀랜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아요.

혹시라도 우울증이나 그와 비슷한 정신 질환을 갖고 계신 분이 유학이나 이민 등을 계획하시고 계신다면, 그 나라의 날씨를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도 합니다. 만약 내가 날씨가 아주 좋은 캘리포니아나 따뜻한 곳으로 유학을 떠났었더라면 나의 유학 결과가 좀 달라지진 않았을까?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할 만큼, 날씨나 주변 환경은 공부나 일 적 요소에 아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전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께 그 나라의 날씨나 환경을 우습게 보지는 말라고 하고 싶어요.




교수님은 저에게 처음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진단하셨어요. 처음엔 우울증이었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울증으로 발전되었던 거죠. 당분간은 영국에 가기 힘들다는 말도 하시더군요. 저는 당분간은 정신과에 내원해 통근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학업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학과 담당자님께 제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니, 당분간은 학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함과 동시에 병이 호전되면 다시 학교로 복귀한다고 약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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