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5.5 _ 1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가? 이제 당신의 삶의 본질을 바꿀 '루틴'에 주목할 때다.
우리의 삶은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루틴대로 살아가지만, 그중 일부는 자신만의 루틴을 설계하고 변화시킨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처리한 후 저녁에 집에 돌아와 잠들기까지. 내가 따로 정하지 않아도 삶은 루틴대로 흘러간다. 이런 반복적인 루틴은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매일 똑같은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같은 자리를 돌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갖고 있고,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추구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다시 자신이 반복해서 돌던 궤도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다음 시도는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는 일상적인 루틴에 내재된 중력과 관성 때문이다. 마치 중력이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기듯, 익숙한 행동들은 우리가 새로운 시도로부터 다시 과거의 궤도로 돌아가게 만든다. 관성은 한 번 시작된 행동이나 습관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힘이다. 하던 대로 지속하게 하는 관성은 기존의 루틴에 강한 힘을 주어 새로운 루틴을 밀어낸다. 정해진 루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중력과 관성에 순응하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된다.
나만의 루틴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중력과 관성의 힘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자신의 행동 패턴을 수정해 나간다. 마치 코드를 수정하여 원하는 프로그램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루틴을 전략적으로 설계해 아주 자연스럽게 원하는 삶의 궤도로 진입한다. 이들은 삶의 주체자로 작은 루틴의 설계부터 정체성의 변화까지 이루어낸다. 이를 통해 성장과 변화로 자신이 바라던 목표와 가치를 실현해 나간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제 루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시간이다.
시대에 따라 변해 온 루틴의 의미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이 중심이었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루틴은 그 자체로 규율과 생산성을 상징했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벨소리와 함께 일어나 규칙적인 출근 시간을 맞추고, 하루 종일 동일한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포드주의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시대에는 인간이 마치 기계처럼 규칙적인 루틴을 따라야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모든 노동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효율적인 생산 라인의 부품처럼 일관된 역할을 수행했다. 이 시기에는 규칙적이고 동일한 루틴이 미덕이었고, 모든 이가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시간에 퇴근하며, 삶의 틀이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변화보다는 안정성과 반복성이 강조되었으며, 개인의 창의력보다는 팀의 일관된 생산성이 중요했다. 당시의 루틴은 기계적 반복과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루틴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이제는 AI와 자동화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기계처럼 정해진 틀에 맞추어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우리는 각자의 창의력과 고유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튜버, 작가, 디자이너, 개발자 등 다양한 창작자가 자신의 고유한 색깔과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이제 루틴은 단순한 반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한 수단이다.
특히,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이 기존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떠나, 자신만의 세컨드라이프를 꿈꾸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며,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2의 커리어나 자기만의 사업을 꿈꾸며 퇴사를 결심하는 이들은, 자신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루틴을 설계해야 한다. 그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루틴은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목표와 역량을 길러내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정보화와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개인은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독창적인 루틴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가령,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에서는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탄력적 근무 시간과 자율적 업무 환경이 강조된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나간다.
이제 루틴은 규격화된 작업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개인 맞춤형 도구가 되었다. 우리가 기계처럼 같은 루틴을 따르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만의 루틴을 설계하고, 그것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작업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다.
산업화 시대가 사람들을 하나의 거대한 생산성 기계로 만들었다면, 디지털 창작의 시대는 사람들 각자가 창작자이자 주체적인 삶의 설계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제 루틴은 우리의 삶을 정해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궤도를 스스로 설계하는 도구가 되었다.
또한 루틴은 깊게 뿌리내린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코드이다. 웬디 우드는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영역이 43%라고 전했다. 습관은 인간이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무의식적 행동이다. 습관은 우리 삶의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 습관은 의도하지 않고도 자동화된 행동이라지만, 루틴은 우리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고 조절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이다. <습관의 힘> 저자 찰스 두히그도 [신호 - 루틴 - 보상]의 순환고리를 강화하면 습관이 된다고 서술했다. 이처럼 루틴의 변화는 습관을 만들고 한 사람의 삶의 궤도를 바꾸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 다음화에서는 루틴이 어떻게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지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