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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jenny Jul 02. 2024

일상의 루틴은 힘이다.


매일 아침의 루틴이 있다.

먼저 앞 뒤 거실베란다와 주방 환기창을

연다.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린다.

밤새 내내 묵혀있는  

텁텁한 공기들이 빠지고

바깥에서 대기 중인  아침의  선선하고 신선한 공기가  마치 나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리셋해 주는  그 느낌이 좋아서..

미세먼지고 뭐고. 일단 열어재낀다.

원래 식죽녀(식물을 죽이는 여자)였던

나에게  사랑과 관심, 기다림의 가치를

알게 해 준 나의 반려식물들을

살핀다.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어

하나하나 보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

생각이 난다..


그 마음과 추억을 꺼내보는

즐거움이랄까?

큰 딸이  식목일에 무료 나눔 해준 몬스테라

(일명:간지)는  기숙사에서 키우다가

말라죽을 것 같다고 어느 날  서울에서 광주까지 레옹처럼 들고 나타났다.

다행히 무럭무럭 자라서 두 녀석으로

성장시켰다.


떨어져 있는 딸에게

무럭무럭 잘 자라는 '간지'사진을

보내며

'나 잘 키우고 있지?'

'늘 너를 생각한다. 사랑을 담아서~'라는

오글거리는  마음을 은근히

생색내는 즐거움도 준다.


잠깐 운동이랍시고 빨래바인지

발레바인지 암튼 다용도로 쓰이는

바(barre)에 몸을 이리저리 늘리고 올리고

스트레칭을 한다.

최소한의 운동이라도 하고 있다는

나의 만족을 위하여!!!

뭔가 의식 같은 간단한 루틴 후에

느끼는 것은

나의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은

상쾌함이다.


블루베리의 시큼하지만 싱싱한 맛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때론 붓기가 빠지지 않은 발바닥의 통증도

조금 멍한 머리도, 눈점막의 깔깔함도

가슴  구석  맹맹함의 불편함도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몸 스스로가

불편함을  내보이며 

'얼릉 봐봐~그냥 지나치지말고~~'

라고  자가면역의지를  보내는 사인이라고생각한다.

 '다~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는거다.

물 한잔을 들이키고

 다음엔 해야 할 일들을 데이터화되어

머리에 얹힌다.

읽어야 할 책..

써야 할 글의 글감..

만나야 할 사람..

돈도 벌어야 하는데..뭘하지?

라는 현실적인 생각...


물론 매일 반복하는 고민이지만

당장 해답을 찾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나의 이 모든 감각과 인지가

가라앉지 않고 살아있는

이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에 안심이 된다.


식탁 한 구석에서  매일

물끄러미 바라보는  같은 공간

같은 풍경이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이 순간의 찰나.. 도

목구멍을 타고 느껴지는  물 한 모금을 삼키도록 해주는 근육의 움직임도

감사하다.


물론

세상을 뚫고 나가고 싶다는

욕망도

뭘 하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늘 마음이 냉온탕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이 또한  여지가 있으니

에너지가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닌가??


늘  완벽하길 원하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결핍이 있어야  절실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는  그다음으로 갈 수 있는

여지의 명분를 이끈다.


오늘도 조금씩 내일도 조금씩

포기하지말고

나를 끌어보는 루틴을 갖자.

그게 용기다.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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