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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 참을 수 없는..

by madame jenny

치유요가와 명상을 하는 지인이 작년부터

충남 서산에 갑자기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에

참.. 바람 같은 언니 같으니라고ㅎㅎ

작년부터 한번 가야지 싶었지만

한 해가 훌쩍 지나버렸다.


지난주 문득 생각이나 연락하니

쿨~하게 오라는 언니ㅎ

마침 지난 토요일 서울 수업일정과 맞춰

내려오는 길에 들러야지 싶어

서산 부석사에 템플스테이 신청을 했다.


친정엄마와 아들의 일요일 생일에 맞춰

축원기도도 올릴 겸 산사의 조용한 시간을 혼자 흠뻑 즐기고 싶기도 하고...

마침 647년 만에 각고의 노력 끝에 고향으로

잠시 돌아오신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친견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억겁의 인연을 주신 거 같아 더 한달음에 가고 싶었다.


전혀 연고도 없고 정보도 없는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건 늘 설렌다.

공간을 처음 겪어보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영감과 나에게 없었던 상(像)을 얻기도 하기에..

기대보다 더욱더욱!! 아름다웠던 부석사.

광주는 이미 져버린 벚꽃이 활짝 만개한 사이사이로 수천 백 년 동안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나무들의 모습이 어쩜 이리 따뜻한지..

금동관세음보살 앞에 잔잔히 놓인

차 한잔이 뭔가 숙연해진다.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약탈의 흔적이 가득한 그을리고 변형되고

변색된 모습으로 낯선 타향에서 그들에겐

큰 관심 없이 외로이 계셨을 생각을 하니

말이다.

억겁의 시공을 지나 이곳에 계시며 초연한

울림을 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더욱 숙연하고 감사했다.


극락전과 설법전. 산신각. 마애석불에 인사드리고 공양후 이곳저곳 산책하는 즐거움이 무척 다채로웠다.

무엇보다 산사 가득한 따스하고 포근한 기운이 걷는 동안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다원의 위트 있는 부렌딩^^?? 메뉴판도 딱!

내 취향인걸~~ 어쩜!!!

오늘의 커피는 '안돼요. 공주님!'~

'그쵸..전 공주는 안돼요.. 아니 못되었죠ㅋㅋ'

바깥의 풍경과 후각을 자극하는 봄향기와

딱인 브렌딩^^

지인 찬스로 메뉴 외 귀한 보이차와 간식을 쉼 없이 내어주시는 미소 가득한

다원주인장보살님도 역시나 차향과 커피 향만큼 다채로운 분이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정말로.


요즘은 내가 느끼는 감각과 이끌림대로

생각해서 걸러내지 않고

흐름대로 가보는 중이다.


"무거움은 참을 수 없고, 가벼움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늘 양립하는 무거움과 가벼움은

때론 일회성의 넘김인 참는 것일 수도

때론 더 반복적으로 길게 버텨야 하는 견딤일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무거움이 견뎔수없을 때도

가벼움이 참을 수 없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본질은 내가 사는 일회뿐인 생의 시간은 '나'의 선택이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느낀 건

결국 해가 뜨는 것과 지는 것의 빛은

비슷해 보인다

내가 어느 장소에서 보느냐에 따라

일출과 일몰로 보는 것이 아닐까..


무언가 '그것이다'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걸

버린다.

기대감도 욕망도 집착도..

새벽공양 후 자연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홀로 있는 시간은 자유로웠다.

나의 작은 들숨과 날숨이 느껴질 만큼의 고요함이

든든한 갑옷처럼 나를 감싸주는

위안의 시간.


나에게 이 귀함의 경험을 주고자

이끌었구나.

내 마음이 또 하나의 상을

생각할 시간을 선물 받았구나..

광주로 돌아와..

茶 하는 언니와의 대화의 시간은

참 편안했다..


무거움이 많을수록

견디어내는 것보다

가볍게 털어내 보는 것도

가벼움에 공허할수록

한 번쯤은 가볍게 떠나보면

따뜻한 관계로 위로받을 수도 있다.

봄이라는 시기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느껴보기 위해

길을 나서보는 것도

나의 가볍고 무거움을 적절히 블렌딩해보는 방법일수도^^?

결국 모든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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