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유치원 엄마들의 첫 반 모임에 갔을 때였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수선하고 어색합니다. 깊은 얘기도 할 수 없고 엄마들 얼굴 익히는 정도예요. 그때 터울 많은 자매를 키우고 있는 선배 어머님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엄마들이 재테크를 알아야 하고 특히 부동산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고, 흘려들을 수도 있는 말을 저는 아주 귀담아듣습니다. 특히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게 됩니다. 들어오는 신랑 월급 죄다 은행 예금, 적금에 넣는 저는 어떻게 하면 부동산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면 저절로 알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유치원가니 시간도 많아졌고요. 학원을 가자니 부담스럽고, 온라인 강좌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에 많이 나오는 온라인 강좌는 비싸더라고요. 어떻게든 돈 안 들이고 자격증을 따보자는 생각에 정보를 찾던 중 경기도에서 하는 온라인 평생학습포털에서 무료로 공인중개사자격증 강좌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카페에 들어가면 ‘잘 가르치는 강사 누구예요?’, ‘어디 교재가 좋은가요?’ 이런 질문들이 많아요. 저는 좋은 강사, 좋은 교재 찾을 필요가 없었어요. 경기도 온라인 평생학습 센터에서 제공하는 강의만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고민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재비만 들었어요. 법에 관한 책이어서 그런지 엄청 두껍고 교재비도 싼 건 아니었어요. 이 정도 투자는 해야겠다 싶어서 나름 거금 들여 교재를 삽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간단하게 집안일을 마치고, 아이 하원 시간까지 공부만 합니다. 아이 하원 후에는 절대 공부를 안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오로지 아이가 유치원 있는 시간에만 공부했어요. 주말, 방학에는 공부 못했지요. 한정된 시간에만 공부해야 되니 엄청 집중했던 것 같아요.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완벽했던 고3 때도 이렇게 집중 안 해 봤던 것 같아요. 처음 들어보는 법, 부동산 공부였지만 6개월 정도 공부하여 1차에 합격합니다.
한 해에 1차, 2차 모두 볼 수 있고, 1차만 붙을 경우 다음 해에 2차를 합격하지 않으면 1차부터 다시 봐야 돼요. 그래서 다음 해에 2차 공부할 때는 1차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요. 아이 등원시키고 옆 동네 도서관 열람실에 책 한가득 들고 가서 공부합니다. 그때는 아이 재우고 난 후에도 공부해요. 다행히 2차를 합격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원래 목적이었던 부동산을 잘 알게 되어 재테크에 성공하면 참 좋았겠지만 거기까지 가지 못했어요. 지금도 은행 예금, 적금만 합니다. 지금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도 안 나지만 그래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나중에 여차하면 일할 수 있는 든든한 보험 같은 자격증이에요.
부동산, 건축, 법에 대해 하나도 몰랐던 평범한 주부가 집에서 무료 강좌로 공인중개사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이후부터 평생교육원과 도서관에서 여러 강좌를 들으며 많이 배우고, 여러 자격증들도 따게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