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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ug 02. 2023

미니멀한 살림이야기 2 -요리도구에 대하여

 아이가 분유 떼고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유식 만드는 법을 검색하다 저는 지금까지 저의 무지함을 깨닫습니다. 생선, 야채, 고기용 도마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됩니다. 소중한 내 아기에게 엄청난 세균을 먹일 뻔 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맙니다. 한 도마에 고기며 야채며 온갖 재료를 썰며 식중독 한 번 안걸렸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당장 야채용도마, 육류용 도마, 생선용 도마를 구입합니다. 채썰고 다지려면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채칼과 야채 다지는 도구를 삽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칼도 새로 삽니다. 이유식 만들려면 이유식용 칼을 사야할 것 같았습니다. 이유식 냄비도 따로 사고, 찜기도 사고, 절구, 강판, 스퀴져, 각종 채망, 핸드블랜더, 믹서기 세트 등 엄청난 요리 도구를 사댑니다. 프라이팬도 사이즈별로 구비해놓았습니다. 재료 무게를 재는 저울 안 산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요. 이유식 책에 나온 준비물에 저울도 있었어요. 정말 살 뻔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요리 도구를 갖추었지만 정작 쓰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세 개의 도마는 역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 개가 두 개 되고 두 개에서 결국 하나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야채 다지기는 전혀 사용하질 못했어요. 영상에서 보는 것 만큼 안 다져져요. 영상 속 시연자는 정말 힘이 센 분 같아요. 체망도 쓰는 것만 씁니다. 절구로 빻아야 할 것도 없어요. 그냥 칼로 다지거나 가루로 사면 됩니다.      


 그러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며 급격히 시간이 많아진 저는 한식조리사에 도전하게 됩니다. 평생교육원에서 한식 조리사 과정에 등록해요. 그곳에서 아주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칼 한 자루, 얇은 냄비 하나, 한 사이즈의 프라이팬 하나면 못할 요리가 없었습니다. 필러 없이 감자, 당근껍질 칼로 벗겨내면 되구요. 칼로 마늘 다지고, 채썰고 못할 것이 없었습니다. 요리 도구가 많지 않으니 요리 과정이 단순해지고 오히려 빨라졌습니다. 도라지무침, 무생채부터 섭산적, 고추전, 밀가루 반죽해서 만든 만둣국, 칼국수, 튀김까지 엄청난 요리를 칼 한자루로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각종 도구 때문에 쌓이는 설거지 거리도 많이 줄었구요.      




 지금 저희집 주방에는 칼 한자루, 도마 한 개, 후라이팬은 큰 것 하나, 작은 것 하나, 냄비도 최소한만 들여놓고 씁니다. 채칼, 필러, 다지기, 절구 없구요.      

에어프라이어, 믹서기, 오븐 없어요. 핸드블랜더 있긴 한데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합니다. 요즘은 에어프라이어에 해 먹는 냉동식품이 많아서 가끔 유혹에 빠집니다. 아직은 프라이팬에 기름 충분히 두르고 구워먹어요. 더 맛있을 것이라고 합리화 하긴 해요.    


정말 다행으로 여기는 건 집에서 베이킹은 시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희 집 싱크대 위에는 도마, 칼 공중부양 시켜놓은 것 말고는 없습니다. 요리 도구가 없으까요. 그래서 싱크대 상판 닦을 때 아주 시원하게 닦습니다.      


다음편엔 요리 재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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