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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Apr 12. 2020

끼워주는 대가

숨겨진 비용, 입회금.



런던에 살았을 때, 혹시나 오래 살게 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의 사립학교 입학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입학 허가를 받을 경우 큰 금액의 디파짓(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며, 그 디파짓 비용은 보통 전학 또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의 학비에서 차감을 하는 식으로 돌려주었다.


나와 아이들이 도쿄에 도착하기 전, 남편이 아이의 학교를 알아볼 때, 10퍼센트 정도로 추가되는 세금 말고도 엄청 많은 일회성의 부수적인 추가 비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치원 치고는 금액이 매우 컸기에 우리는 처음에 런던에서 봤던 디파짓의 형태의 비용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이것은 돌려주는 디파짓이 아닌 입회 비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계속돼 오던 일본의 관행이기에 꼭 지불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따라서, 아이의 유치원을 고를 때에도 내가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므로 신중해야 하고, 일단 입학하면 혹시 마음에 안 들더라도 다른 곳으로 바꿀까 하는 생각을 덜 하게 된다. 학비에 추가로 낸 입회비와 연회비가 상당하고, 새로 가는 학교에도 그만큼 또 내야 할 테이니 말이다.


교육 기관은 중요한 곳이라서 그렇다 칠 수 있다고 해도, 일본에서의 거의 모든 거래에는 소비자/고객 입장에서 더 내야 하는 입회비가 있다. 내가 돈을 내고 기꺼이 가입을 하거나 구매를 하겠다는 것인데도 추가로 또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동네 요가학원이나 스포츠 센터에도 처음 가입할 때 내야 하는 (못해도 1 엔에서 2  정도의) 입회비가 있다. 추가로 연회비를 받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모든 곳이 마치 프리미엄 멤버스 클럽이라도 되는 양.


모든 결정에 좀 더 신중해진다.


이사할 때는 또 어떠냐 하면, 집주인에게 한 달치 월세를 추가로 " 집에 살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월세에 얹혀서 줘야 한다. 이걸 레이킹(礼金)이라고 부르는데, 한번 이사를 하려면 디파짓(월세x2), 레이킹(월세x1), 복비(월세x1), 이삿짐 인건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해서 "이사 난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레이킹 또한 너무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아서,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일본만의 특이한 문화이다. 나의 상식으로는 '내가 월세를 내고 빌리는 것이니 집주인이 감사해야 하는  아닌가?' 싶은데, 일본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불평을 할만하다고도 생각을 했었지만, 모두가 그러려니 하며 지내는 게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도 도쿄에 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입회금 또는 사례금 문화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입회비 면제" 또는 "입회비 할인" 행사를 한다는 전단지들을 보면 눈길이 간다. 그게 뭐라고, 마치 대단한 할인이라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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