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Coat Styling
뼈가 시릴 정도로 질색인 추위도 부드러운 코트를 감싸듯 입는 순간, 이 차가운 계절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마음에 쏙 드는 코트를 아직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부터 추위에도 멋을 포기할 수 없는 ‘얼죽코’까지. 모두를 위해 준비한 코트 트렌드 지침서.
외투를 의미하는 게르만어 ‘코초(kozzo)’에서 유래한 코트의 어원. 17세기에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코트가 제작된 후 19세기에 영국 신사들이 주로 정장 위에 입으며 신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다. 처음에는 주로 남성복으로 제작되었다가 여성복까지 확장되고, 다양한 목적에 맞게 변형되어 지금 우리의 옷장에 자리잡은 코트들이 되었다.
특유의 체크무늬가 시그니처인 BURBERRY 코트, 트렌치코트, 더플코트의 공통점을 아우른다면? 그렇다. 신사의 나라이자,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점. 코트가 날씨를 견디기 위한 대안으로 발전한 의복의 형태인 만큼 그 지역의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영국과 코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영국의 드라마 <셜록(Sherlock)> 속 셜록 홈즈. 코트를 입지 않은 셜록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탐정이 코트를 휘날리며 달리는 대신 패딩을 입었다면, 특유의 진중함과 번뜩이는 두뇌 회전이 그토록 돋보이지는 않았을 것.
코트를 입고 열연 중인 ‘셜록’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코트를 구매할 때의 고려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제일은 소재다. 이미 옷장에 다양한 코트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아니라면 하나라도 제대로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양털을 깎아 가공한 울(Wool)은 천연 소재이긴 하지만 함유량이 높아질수록 무게가 상당히 나가기 때문.
무조건 천연 소재 100프로라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관리를 잘할 자신이 없다면 천연 소재와 합성 소재가 적당한 비율로 섞인 코트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 (실제로 에디터는 코트로 유명한 LEMAIRE의 제품을 거금을 들여 샀다가 너무 무거워서 옷장에만 처박아 둔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겨울 코트를 볼 때 무조건 소재를 확인하게 되었으니...) 그러니 코트에 잘 쓰이는 울, 캐시미어, 나일론, 폴리에스터 같은 소재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현명한 소비하기를 당부한다.
이왕 소재 이야기가 나왔으니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Loro Piana와 Brunello Cucinelli. 최고급 울과 캐시미어 등 차별화된 고급 원단에 주력하여 한번 입어만 봐도 옷장을 다 같은 라인으로 채워 넣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한다. 물론 가격 또한 그 품질만큼 타협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Loro Piana RTW Fall 2023
Brunello Cucinelli Fall 2023
하지만 모든 것엔 이유가 있는 법. 이 두 이탈리아 브랜드의 철학을 알게 되면 절로 납득이 갈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그저 좋은 소재가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소재’로 옷을 만드는 것. 그를 위해 원단의 재료가 되는 천연 섬유를 구매하는 것부터 원단과 옷을 만드는 것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한다고.
이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천연 섬유 소싱이다. 안데스산맥에 사는 멸종 희귀종 비쿠냐, 빗질한 후 남아있는 새끼 염소의 속털에서만 얻을 수 있는 베이비 캐시미어 그리고 1년에 한번 털을 깎아 생산하는 메리노 울까지. 이 모든 소재를 얻는 과정은 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양한 코트의 종류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코트 스타일이 무엇인지, 착장에 따라 어떤 코트 디자인이 적합한지 알 수 있을 것. 색상과 핏, 디자인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코트를 소개한다.
좋은 옷의 본질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일러링(Tailoring). 2023 FW 시즌에서는 몸에 딱 맞도록 재단된 날카로운 테일러링이 돌아왔다. 클래식한 테일러링부터 어깨 라인과 실루엣을 샤프하게 강조한 모습으로.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 코트를 보고 있자면 급할수록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SAINT LAURENT 2023 FW, Wales Bonner 2023 AW
Stella McCartney RTW Fall 2023, Rick Owens 2023 FW
BALENCIAGA 2023 AW, ANN DEMEULEMEESTER 2023 FW
그 이름처럼 낙타의 동료가 될 것 같은 카멜 코트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다. 매년 런웨이에서 각 브랜드들이 꼭 내놓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브라운 계열의 코트는 입는 것만으로도 차분한 우아함을 온몸에 실어 준다.
rokh 2024 SS, DRIES VAN NOTEN 2023 AW
Hermès 2023 FW, Louis Vuitton 2023 FW
MM6 Maison Margiela 2023 AW, THE ROW 2023 AW
평범함이야말로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의 덕목일 것.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고, 손이 자주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레이 계열은 완벽한 색상이다. 오히려 칙칙해 보일 수 있는 블랙보다 입기 쉬운 컬러이기도 하다.
MIU MIU 2023 AW, sacai 2023 AW
GUCCI 2023 AW, GIVENCHY 2023 AW
PRADA 2023 AW, Sulvam 2023 AW
200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더플코트, 우리에겐 ‘떡볶이 코트’로 익숙하다. 특유의 단추 디테일 덕에, 당시 더플코트는 주로 귀여운 무드를 자아내는 룩의 대표 주자였다. 그렇게 영원히 귀여움의 상징일 줄 알았건만, 더플코트가 한층 성숙해져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으니.
PRADA 2023 FW
한 시즌에 남성복, 여성복 모두에서 더플코트 선보인 PRADA 2023 FW. 확실한 더플코트의 귀환이었다. 우리가 아는 모습보다 훨씬 길고 슬림한 모습으로.
JW ANDERSON 2023 FW
기존의 울 소재에서 레더와 퍼를 택하는 과감함을 보여준 JW ANDERSON. 더플코트와 섹시함도 함께 할 수 있는 단어임을 보여준 것이다.
UNDERCOVER 2023 FW, LEMAIRE 2023 FW
이번 시즌 런웨이를 휩쓴 맥시 코트.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바닥을 보란 듯이 쓸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물론 세탁할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지만 그 자체로 멋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어릴 적 영화 속의 악당들이 입었던 코트들을 연상시켜 빌런 코트(Villain Coat)라고도 하듯 맥시 코트의 특유의 매력은 입는 순간 아우라를 발산케 한다.
SAINT LAURENT 2023 FW, VETEMENTS 2024 SS
LOEWE 2023 FW, ami 2023 FW
TOD’S 2023 FW, GCDS 2023 AW
거리에 즐비한 무채색이 지겨울 땐 좀 더 과감하게 높은 채도의 코트에 도전해 보자. 그 자체로 강렬한 스테이트먼트 피스가 될 것. 룩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는데 이만한 게 없다. 컬러풀한 색감은 절로 입는 이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에너지를 주기 때문.
Wood Wood 2023 FW, VALENTINO 2023 FW
KIKO KOSTADINOV 2023 FW, Egonlab 2023 FW
TOKYO JAMES 2023 AW, MSGM 2023 AW
화려한 컬러 조합에 마름모꼴 무늬가 특징인 체크는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패턴 중 하나다. 클래식과 자유분방함을 넘나드는 특유의 무드로 널리 널리 사랑을 받아왔으니.
BURBERRY 2023 AW, KENZO 2023 FW
SAINT LAURENT 2023 AW, HED MAYNER 2023 AW
MARNI 2024 SS, Daniel W. Fletcher 2023 SS
보는 이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테디베어 코트. 어엿한 겨울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이 코트는 런웨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아이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비결이라면, 패딩 못지않은 따뜻한 방한력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 담요를 뒤집어쓴 듯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까지 주는 건 덤. 그러니 이번 겨울,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는 털로 몸을 감싸보는 건 어떨까.
Max Mara 2023 FW, ANDREADAMO 2023 FW
JIL SANDER 2023 FW
BOTTEGA VENETA 2023 FW, Khaite 2023 FW
코트에 대한 기본 지식을 파악했으니 이제 실전에 돌입해 보자. 파리 패션 위크 현장으로부터 코트 스타일링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으니.
화려한 컬러의 코트 하나로 룩에 포인트를 주거나, 청바지와 청재킷에 트렌치코트를 레이어링하고, 회색 코트를 어깨에 무심한 듯 툭 걸치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모습.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자기답게 느껴지는 옷을 입는 것. SAINT LAURENT의 블랙 코트로 올블랙 룩에 시크함을 더한 로제와 VALENTINO의 프린팅 카멜 코트에 블랙 후드를 조합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한 가수 트로이 시반(Troye Sivan).
이쯤 되니 대답을 해야겠다. 왜 얼어 죽어도 코트인가. 왜 숱한 ‘얼죽코’인들은 패딩 대신 코트를 고집할까. 일단 멋스러우니까. 게다가 요즘은 보온성을 충분히 고려한 코트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그러니 얼어 죽어도 코트, 입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거기다 이너 웨어를 레이어링하고 목과 얼굴을 따뜻하게 감싸 줄 목도리나 발라클라바까지 더해주면.. 얼어 죽을 일은 없을 듯하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