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링페어링 첫 번째 맞춤
파리에서 크래프트 맥주 양조 문화를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브라스리 라 파리지엔느. 2014년에 설립된 이래로 여러 맥주를 선보였다. 직접 선별한 좋은 재료와 환경친화적 양조를 통해 만드는 맥주를 통해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번 비어링페어링에 이곳에서 생산한 맥주를 고른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름 때문이다. 파리에서 작성하는 첫 비어링 페어링인만큼 프랑스를 떠올릴 수 있는 맥주를 고르고 싶었다. 프랑스 맥주 하면 딱 떠오르는 크로넨버그 1664를 할까 생각했다가 브라스리 라 파리지엔느가 보다 직관적으로 파리를 떠오르게 해서 선택!
2014년에 설립된 신생 회사에 아직까지 맥주보다는 와인, 에일보다는 라거가 인기인 파리지엔느를 응원하고 싶다. 먼 미래에 100년 기업으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바… 이다. 참고로 브라스리 라 파리지엔느와는 사업적 제휴나 사적인 관계가 전혀 없답니다.
색은 약간 진하고 진노랑. 차갑게 마시기보다 미지근하게 먹는 편이 낫다. 맛과 향이 더욱 풍성하다. 탄산감이 강하지 않다. 미디엄 바디에 가깝게 목넘김이 좋다. 개성이 강하지 않은 전형적인 블론드 페일 에일. 프랑스에서 맥주 취향은 라거가 지배적이다 보니 기본적인 에일 맛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는 것 같다. 맥아와 홉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다. 편하게 마시기 좋은 맥주. 내 생애 최고의 블론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블론드라고는 할 수 있다.
블론드 에일은 라거와 비슷한 색이라 헷갈릴 수 있지만 맛을 보면 확연히 다르다. 라거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잘 벼려진 칼 같다면 블론드 에일은 보석으로 치장되고 검신에 아름답게 음각이 되어 있는 보검과 닮았다. 블론드 에일 특유의 다채로운 아로마와 맥아에서 나오는 은근한 달큼함 그리고 홉이 주는 씁쓸함까지 잘 배합되어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라거와 비슷한 면도 갖고 있다. 둘 다 칼은 칼이니까. 람빅이나 스타우트 같은 맥주는 몽둥이나 도끼에 비유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 에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 입문할 때 추천할 만한 종류가 바로 블론드 페일 에일.
라 파리지엔느 블론드는 아직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울 듯하다. 사업 규모가 영세한 탓에… 언젠가는… 갈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은 당장에는 요원해 보인다.
혹시나 맛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비슷한 맥주를 추천드리자면, 레페 블론드 Leffe Blonde를 추천한다. 벨기에 수도원에서 양조된 레페 블론드는 완성도 높으면서 전형적인 블론드 에일이다. 레페 쪽이 라 파리지엔느 목넘김이 조금 더 무겁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라 파리지엔느 라 블론드
종류: 상면발효맥주, 페일 에일
원산지: 프랑스, 파리
양조장: 브라스리 라 파리지엔느(Brasserie la Parisienne)
원료: 물, 보리맥아 홉
도수: 5.5%
용량: 330ml
2인분
다진소고기 안심 250g
다진 케이퍼 1큰술, 다신 생파슬리 1.5큰술, 다진양파 1큰술
감자튀김, 샐러드채소
소스 : 디종머스터드 1큰술, 케첩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우스터소스 1큰술
후추, 타바스코소스 약간씩, 달걀 노른자 1개
1. 케이퍼, 생파슬리, 양파는 다진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달걀 노른자를 소스에 넣고 섞는다.
4. 다진 재료들을 3에 넣고 섞는다.
5. 다진 소고기 안심은 키친타올로 핏기를 닦는다.
6. 소고기에 소스를 넣고 포크로 섞는다. 너무 많이 섞지 않는다.
7. 그릇에 올린다. 작은 타르트링을 사용하면 예쁘게 담을 수 있다.
8. 샐러드 채소와 감자튀김과 함께 즐긴다.
소고기 타르타르는 프랑스 전통 요리로 우리나라 육회처럼 생 소고기를 활용해 만든다. 실제로 만드는 법이나 먹을 때 식감이 육회와 흡사하다.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은 육회보다 타르타르는 생고기 덩어리가 조금 더 작은 듯하다. 다만 가게에 따라서 육회처럼 크게 자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덩어리가 작은 편이다. 만드는 방식과 식감이 비슷하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다. 참기름을 주로 사용하는 육회와 다르게 소고기 타르타르는 머스터드 소스, 타바스코 소스, 케첩, 케이퍼 등으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생 소고기를 구하기 쉽고 소스도 특별하게 구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집에서 만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만드는 방법도 쉬운 편! 마지막에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곁들이면 완벽하다.
분기별로 생각나는 요리가 있다. 삼계탕이나 베트남 쌀국수, 빅맥처럼 2분기에 한 번 정도씩 먹고 싶어 진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타르타르.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문득 타르타르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새콤 달콤한 맛이 입을 가득 채운다. 그런 날이 오면 빠른 시일 내에 타르타르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린 기분이다. 타르타르를 맛있게 하는 레스토랑에 가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 한다.
참고로 타르타르는 일종의 프랑스식 요리 맛집 테스트기 역할도 겸한다. 설렁탕집에 김치, 초밥집에 달걀 초밥처럼 타르타르가 맛있는 집은 맛집인 경우가 많다. 집에서 처음으로 타르타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양이 너무 적어서였다. 더 먹고 싶은데 조금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양껏 먹기 위해 직접 고기를 사서 만들었다. 꽤나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금방 사라지는 마법의 타르타르.
여러 가지 이유로 입맛을 잃은 사람에게 타르타르는 좋은 음식이 된다. 다채로운 소스가 들어간 탓에 다채로운 맛을 낸다. 한 번 맛보면 쉽게 잊을 수는 없는 맛이다. 입안에서 펼쳐지는 컬러풀 인도 홀리 축제 같은 느낌이다. 단맛과 신맛, 매콤한 맛까지 잘 어우러진다. 한국에 가을 전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집 나간 누군가를 잡아 올 타르타르가 있다. 아 … 쓰다 보니 점점 타르타르가 먹고 싶어지는 걸. 내일 다시 만들어 먹어야겠다.
라 파리지엔느 블론드 X 소고기 타르타르
블론드 에일은 맛과 향이 강하다 보니 금방 물릴 수 있는 타르타르와 먹기 좋다. 입에 다양한 맛으로 가득했을 때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산뜻해진다. 클럽에서 댄스 음악이 나오다가 중간에 잠시 나오는 알앤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신나게 뛰놀다가 맞이하는 알앤비는 그다음 댄스 음악이 나오기 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그 시간 이후에 다시 신나는 음악이 왔을 때 우리는 더욱더 잘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블론드는 타르타르의 축제와 같이 다채로운 맛을 더욱 즐기게 도와준다.
타르타르가 개성이 강한 만큼 함께 곁들이는 맥주도 개성이 강하다면 서로 자기주장을 하다가 맛을 망쳐버릴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사용한 페어링 전략은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블론드 에일에 담긴 아로마가 입맛을 가볍게 깨워주어 타르타르를 더욱 즐기게 해 주고 타르타르의 다채로운 맛이 에일이 지닌 깔끔함을 부각해준다.
개인적으로 타르타르와 블론드 맥주는 추운 겨울보다는 이른 봄이나 이른 가을, 늦여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청명한 하늘과, 산뜻한 타르타르와 황금빛 페일 에일을 먹고 마시며 보낸다면 말이 살찌는 것처럼 내가 살이 쪄도 아쉽지 않다.
비어링 페어링이란?
'맥주를 마시다'라는 의미로 제가 만든 동명사(beering)와 '곁들이기'를 뜻하는 동명사(pairing)를 합쳐서 만든 조어입니다.
하나의 맥주, 그리고 그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요리를 소개합니다.
소개드린 맥주와 요리를 함께 맛보신다면 경험을 공유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