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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지 개 Nov 23. 2023

Classmate과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나는 02학번이다. 그러니까 대학교를 졸업한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90년대생들을 보면 정말이지 너무나 신기했다. 벌써 90년대생들이 사회인이 되는 시대라니. 어디 그 뿐이랴. 애들 유치원에 상담을 가보면 햇병아리처럼 애띤 얼굴의 친구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햇살이 가득한 얼굴의 친구들과 Classmate가 되었다. 그나마 동양인의 어려보이는 특성에 표면적으로는 몇 살(?) 차이가 안나보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영 어울리기 쉽지가 않았다. 일단 나는 두 아이를 책임지고 있어서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면 무조건 픽업을 하러 나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같이 프로젝트를 하다 맥주를 마시러 간다거나,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거나 하는 일에는 끼지는 못하게 되었고, 점차 학교 프로젝트 외에는 친구들과 엮이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친구들 속에 끼는 것을 굳이 원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에너지'가 없어서였다. 나는 학교 일 외에 육아와 집안 살림을 전담해야 했고, 아이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로 외국에 나오게 되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나름의 케어가 필요했다. 나의 일상은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내 학교로 가서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 프로젝트를 하다가,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서 허겁지겁 달려가 아이들을 데려와서 저녁식사를 준비를 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서 틈틈히 아이들 숙제를 봐줘야했는데, 아이들이 영어를 1도 못하니 이건 정말 내가 숙제를 하는건지 아이들이 하는건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늘 나는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끼리끼리 앉아서 왁자지껄 수다 떠는 어여쁜 친구들을 보면, 나도 내 친구들이 그립고 내 상황을 거리낌없이 털어놓고 위로도 받고 싶은 때가 너무나 많았다.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친구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10여년을 일을 하고 온 나로서는 사실 프로젝트가 어렵지 않았고, 그동안 먹은 짬밥(?)으로 대략 '아, 이건 요래 요래 틀 잡아서 하면 되겠네'라고 바로 감이 오기도 했으나, 이제 처음 회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친구들에게 바로 숏컷을 알려줄 수도 없는 일이니, 그들의 페이스에 맞춰 가야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팀 내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친구들의 귀여운 '리더쉽'을 보고 있자니 환장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먼 발치에서 그들을 행동을 관찰하고 각각의 개성을 파악하는 일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Classmate 들과 친구가 되기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절대 좁혀질 수 없는 나이만큼이나 컸던 문화와 언어 차이였다. 나이, 문화, 언어 이 세가지가 다르다보니 공감대는 1도 찾기 어려웠고, 도대체 저 아이들과 무슨 대화를 해야할지 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같이 소파에 앉아있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스트레스였다. 혹은 다 같이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만 못알아 듣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좀잡을 수 없을때. 아....정말 집에 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의 Classmate들이 뿜어낸 에너지 덕분이었다. 


젊음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 심각하지만 또 심각하지 않은 듯. 힘들지만 그 속에서 여유를 찾는 그들 만의 노력. 내가 보기엔 분명 망했는데, 그걸 유쾌하게 망하지 않은 듯(?) 전환하는 그들만의 재치. 덕분에 많이 웃고 또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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