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는 어떻게 다시 날 수 있었을까?

마녀배달부 키키

by 적바림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보았는데, 그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키키가 마법을 잃고 날지 못하다가 다시 날 수 있게 되는 순간이다. 키키는 친한 남자아이인 톰보와 놀러 갔다가 톰보가 다른 여자아이와 대화하는 것을 보고 질투를 느낀다. 기분이 안 좋아진 키키는 그것이 질투인 줄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오고 검은 고양이 지지와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을 보고 마법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실제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르려 해도 날지 못한다. 그렇게 배달 일을 하지 못하고 빵집 일만 돕던 중 키키는 자신을 찾아온 우르술라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우르술라는 숲 속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 키키가 첫 번째 배달일을 하던 중에 만났다) 우르술라 역시 키키보다 몇 살 정도 많은 소녀로 키키가 더 이상 날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키키를 초대한다. 키키는 우르술라에게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르술라는 자신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계속해서 그려도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림 그리는 것을 중단하고 산책을 가거나 낮잠을 자거나 다른 활동은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미치도록 그리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키키는 우르술라의 오두막에서 돌아오고 친구인 톰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톰보를 구하기 위해서는 날아야만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키키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이 건물 저 건물에 부딪히지만 온 집중을 해서 결국에는 날았고 톰보를 구한다.

키키가 마법을 잃게 되는 순간은 한 인간으로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는 순간이고 한편으로는 선택의 순간이다. 마법은 사실 여전히 키키의 피에 흐르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키키는 날지 못한다. 키키는 자신의 새로운 감정에 집중할 겨를도 없이 다시 날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이전에는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마법의 힘을 가졌고 비행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키키의 혈관에 흐르는 마법은 키키에게 쉽게 그 힘을 내어주지 않는다. 마치 진정으로 마법사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인지 시험하듯이 말이다. 키키는 날아오르려 해도 날 수 없다. 하지만 마법의 힘을 필요로 하고 진정으로 원하고 애쓸 때 비로소 키키는 날 수 있게 된다. 만약 톰보가 위험에 처하지 않아서 키키가 진정으로 마법의 힘을 원하는 계기가 생기지 않았다면 어쩌면 키키의 슬럼프는 오래도록 지속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어떤 계기로든 슬럼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면 그저 평범한 소녀로 지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키키가 겪었던 슬럼프는 마법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였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르술라도 겪었듯 비단 마법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마법을 재능이라고 생각해 보면 아주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분야가 재능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시작은 재능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뒤에는 책임, 인내 등 많은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찾아온 슬럼프에 내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믿고 버티다 보면 다시 날아 오른 키키처럼 우리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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