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주 특별한 문학 특강이 있었다. 한국공무원문인협회(회장 김우)가 준비한 문학 행사다. 계절은 신록의 잎이 더 커지고 두꺼워지는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고 있다. 한여름 장맛비처럼 기습적으로 폭우가 내렸다. 차창을 때리는 강한 비에 덜컥 겁이 났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핸들을 꽉 잡았다. 시야가 좁아지자 와이퍼는 장력을 최대한 올리고 있었다. 한낮이지만 비상등을 켠 채 한껏 몸을 낮추고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하였다.
특강 장소는 노원구청 인근에 위치한 '베토벤하우스'라는 곳이다. 주변에는 주차공간이 없어 아쉬웠다. 다행이 노원구청 주차장에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사실, 작년 12월에 노원구청 소강당에서 '백두산 문학회' 주최로 열린 문학 강연에 참석한 경험으로 구청 주차장을 수월하게 이용하게 되었다.
친절한 공문협 사무국장의 안내로 무사히 입장을 하였다. 순서지와 시집을 받아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카페 타입 클래식음악감상실 내부는 '베토벤하우스' 이름에 걸맞게 악성 베토벤의 흉상과 많은 사진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미술관을 찾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 특강이든지 나쁠리야 있겠냐마는 이번 특강은 이색적이라 좋았다. 참석한 문인들 모두 큰 기쁨의 시간이었으리라 본다. 그것은 바로 문학과 음악의 특별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강사는 임정빈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이다. 특강 주제는『문학의 해석, 음악의 울림』이다. 마치 양념처럼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은 참으로 맛이 좋았다. 한자리에 앉은 문인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은 모든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는 곡이라고 한다. 마침 대형 스크린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한 명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마치 신들린 듯 음악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럴 때 "압권"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베토벤, 어쩌면 광기를 동반한 음악적 귀재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학을 한다며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는 나는 누구인가? 심각히 물어본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문학을 대하는지 반성하는 시점이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불광불급(不狂不及)' 사자성어가 생각이 났다. 그 뜻은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좀 더 상세히 풀이하자면 '어떤 일에 집념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과연 미치지 않고 미칠 수 있을까?
문학과 음악은 같은 뿌리다.
나는 위대한 글과 음악을 만날 때마다 빨려 들어간다. 아니 끌려 들어감을 느낀다. 마치 동굴 안을 잔뜩 겁 먹은 모습으로 발걸음을 떠듬떠듬 옮기는 모습이랄까? 그러다가 따스한 감정이 차오르며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짐을 체득하는 행복한 길손이 되어감을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아시다시피, 문학과 음악은 구조와 리듬이 매우 중요하다. 문학은 문장 구조와 절의 배치가 음악은 음악적 구성과 리듬의 패턴이 그것을 표현한다. 문학은 주로 시각적 상상력을 높이고, 음악은 청각적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과 문학, 문학과 음악은 어떤 관계일까. 노래 가사와 가사의 운율, 음악의 선율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때로는 문학을 음악에서 비유하거나 역으로 음악을 문학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유법은 운율감이 잘 드러나게 노래 가사와 선율과 글귀가 조화를 이루어서 예술성 있게 표현한다. 노래 가사는 잘 쓴 글귀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예술 작품 제목은 문학이라 여기는 이유이다.
음악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어떤 곡은 우리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아픔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다.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 좋은 시와 음악은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다. 삶을 감동시키고 나를 성숙시키기도 한다.
창작과 작곡은 뿌리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단지 표현하는 수단이 글이냐, 음표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음악과 문학의 공통점은 둘 다 '이야기'라는 것이다. 문학은 글자와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을 통해, 음악은 음표로 이루어진 선율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문학과 음악은 인생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삶을 변화시키는 촉매제이다.
문학과 음악은 예술의 한 집안이다. 깊은 감정과 생각 그리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독자와 청취자를 만나 경험을 주고 공감을 불러온다. 다만 문학은 언어를 사용해 정보와 재미를 주고, 음악은 음향과 리듬을 소리로 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은 조화와 상호작용이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서로에게 필요한 영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작곡가들은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많은 시인의 시를 가곡으로 작곡했다. 이러한 작품들처럼 문학과 음악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 반대로 음악 또한 문학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많은 작가들은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기고 한다. 음악은 작가에게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고, 이를 통해 작품에 새로운 감정을 불어 넣는다. 예를 들어, 헤르만 헤세는 소설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음악을 통해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탐구했다. 오늘 특강을 통한 문학과 음악의 만남처럼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어느덧 시 낭송 순서가 되었다. 사전 교감에 의해 낭송 참여 의사를 밝힌 문인들이었다. 부족하지만 나도 자작시 '나이가 낯설다'를 낭송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시 낭송을 해오고 있다. 일전에 발표한 '시낭송의 즐거움'에서도 피력했지만 시 낭송은 치매 예방에 좋다. 왜냐하면 시 낭송을 하려면 시를 외워야 한다. 두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낭송은 그 작품을 암기해 내용을 전달할 때 필요한 감정을 가미해 그 감정을 표현한다.
마지막 순서로 다함께 '봄날은 간다'를 합창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 노래가사는 2004년 계간 '시인세계' 현역시인 100인이 좋아하는 노랫말 1위에 선정된 글이라고 한다.
이로써, 문학 특강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벽에 걸린 액자가 손짓하며 나그네를 붙잡는다.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라는 글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