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남자의 설거지

by 이점록
설거지, 누가 할 것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거지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먹고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퇴직한 부부는 누가 설거지를 하는 게 온당할까? 나는 '산중년이 사는 법?'에서 퇴직한 남자의 과감한 탈출구를 묘사했다. 나름 설거지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가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를 표방하였다. 역할 분담을 위해 설거지를 자청한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감은 전혀 없다.


얼마 전 집사람이 독감이 심하게 걸렸다. 모처럼 약속이 있다며 밝은 얼굴로 나갔다 오더니, 몸져누웠다. 평소 같으면 사나흘 정도면 몸을 털고 일어났었다. 그런데 일주일 넘도록 중환자가 다 되었다. 자연치유를 고집하는 터라 오롯이 병시중을 하게 되었다. 막상 아내가 아프니까 손이 가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먼저 민생고가 급선무였다. 비록 요섹남은 아니지만 가끔 너튜브의 요리 동영상을 따라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3년간 자취생활을 한 경험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렇게 요리를 직접 만들어 끼니를 해결하게 되었다. 어떨 때는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기도 했다. 전업 주부가 다 된 것이다.


한국의 전통 사회 구조상, 집 바깥과 집안을 구분하여 '바깥양반'과 '안사람'이라 했다. 여기서 조금 깊이 파고들면, 남편과 아내 각자가 처한 장소에 따른 '역할 분담'의 차이 때문에 불려진 호칭임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사회적인 역할 분담의 경계가 붕괴되는 양상이다.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도 남편과 아내, 아내와 남편의 상호 협조, 상호 공조체계로 융통성 있게 바뀌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사 분담은 관계나 가정 내에서의 개인적인 선호도와 협상의 문제이다. 어떤 성별이 설거지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본질적인 옳고 그름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평등과 공정성을 촉진하며, 남성과 여성이 개별적인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거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미 변한 것이지도 모르겠다.




설거지, 장점을 발견하다.

설거지, 이제는 거의 자동 수준이다. 나는 밥숟갈 놓자마자 빈 그릇 챙겨 개수대로 향한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깨끗하게 설거지에 돌입한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듯하다. 점점 숙달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악기연주처럼 정교한 손놀림은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이참에 기타를 배우고 싶다.


설거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이고 보통의 가사 청소 업무 중 하나로 여겨졌다. 나는 이 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설거지가 번거롭고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설거지를 하면서 얻는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로, 설거지는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리고 접시와 식기류들과 함께 손을 움직인다. 자연적으로 사소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는 마음의 평온과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떤 때는 지휘자처럼, 또 어떤 때는 연주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둘째로, 설거지는 집안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집에서 존재하는 각 구성원은 자신의 일과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가정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거지를 통해 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기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설거지는 지속 가능한 생활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해 주었다. 식기류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건강과 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나는 사용한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는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꼈다.




설거지, 재미있습니다.

사실, 가사를 하면서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설거지다. 식사 후에 접시와 그릇, 수저들이 더러워지면 그것들을 세척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이러한 가사를 도울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으므로 가능하다고 본다. 설거지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꽤 진정한 활동이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순간 중 하나이지만, 삶의 정서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설거지를 통해 가족의 결합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설거지는 단순히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식기류를 깨끗하게 세척함으로써 세균과 불쾌한 냄새를 방지할 수 있다. 깨끗한 식기를 사용함으로써 식중독이나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설거지는 상호작용과 협력을 촉진하는 좋은 기회이다. 함께 설거지를 하면서 대화하고 서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고 본다.


언론에 따르면, 억만장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는 다소 안 어울리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설거지’다. 베조스 창업자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나는 매일밤 설거지를 한다”면서 “설거지는 내가 하는 가장 섹시한 일이라고 자부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게이츠 창업자는 2014년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의 ‘무엇이든지 내게 물어보세요’에서 “나는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한다”라고 했다.


플로리다주립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줄고 영감이 증가한다'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과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자.

주변에 작은 것들에 감사하면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 #설거지 #신중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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