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초, 봄쑥을 캐다

by 이점록
봄쑥이 최고다

싱그러운 4월의 풍경을 마음껏 뽐내는 전형적인 봄 날씨다. 오늘은 어제 산책하면서 봐 둔 쑥을 캐기 위해 비닐봉투, 가위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집사람과 함께 둘레길을 올랐다. 오르면서도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짐을 느꼈다. 속마음은 빨리 가서 봄쑥을 마중하고 싶은 맘이 작용한 것이리라. 쑥은 건강에 매우 유익한 식물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 터이다.


잠시 어릴 적 쑥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하고 싶다. 코흘리개 적, 너 나 할 것 없이 아이들도 들로 산으로 나가 일을 하던 때였다. 그 당시 국민학교 주훈이 '부모님 일손을 돕자.'였다. 여름방학이지만 휴가는 차라리 사치였다. 다른 보충 설명이 필요 없던 시대적 분위기다. 그래서 집안 일손을 돕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나는 소꼴을 베러 들로 향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소꼴을 하기 위해 꼴망태를 메고 들로 나갔다. 낫으로 부지런히 꼴을 베다가 그만 손가락을 좀 베었다. 119 도움은 고사하고 구급약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응급약이 바로 쑥이기 때문이다. 재빨리 쑥을 돌로 짖찧은 후 상처 부위에 붙이면 지혈에도 그만이다. 상처도 빨리 아무는 듯하다. 아직도 왼쪽 손가락에는 낫질 흉터가 여러 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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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쑥은 100가지 약효가 있어 의사를 대신하는 의초(醫草)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와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체내 노폐물 제거 및 뼈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쑥은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노화를 방지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전통적으로 한방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약재이기도 하다. 체내 피로를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또한 따뜻한 성질로 수족냉증을 완화할 때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쑥은 한국인의 생활 곳곳에 밀접한 식물이다.


쑥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름처럼 쑥쑥 잘 자란다. 생명력도 강해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식용, 약용으로 널리 쓰였다. 어쩌면 고금을 막론하고 서민에게 가장 대중적인 약초로 노릇하였는지도 모른다. 약간 독특한 향과 맛이 난다. 어린 순은 된장국에 넣거나, 떡이나 차 만드는데 썼다. 그리고 말려서는 뜸을 뜨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점생하는 쑥을 따라 앉은걸음으로 이동하면서 캤다. 비닐봉투가 어느 정도 봉긋해지자 집사람은 먼저 하산을 시도한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무언의 압력이다. 그럼에도 나는 속이 차지 않는다. 조금 걷다가도 쑥이 손짓하면 또 자리를 편다. 허리가 조금 아파왔지만 비닐봉투 속으로 꾹꾹 집어 넣었다. 쑥 덕분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퇴직이 가져다 준 소확행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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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요리는 매우 특별하고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다. 쑥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이며, 한국 요리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대표적인 쑥 요리 중 하나는 쑥전이다. 또한, 쑥을 이용한 다른 요리로는 쑥국이 있다. 그리고 쑥떡도 있다. 쑥떡은 쑥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만든 떡으로, 쑥의 특별한 향과 맛이 가득한 떡이다. 쑥은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자연의 선물이다.


이 밖에도 쑥버무리, 쑥개떡, 쑥국, 쑥된장국 등 수 없이 많다. 남이 뭐라고 하든 엄마가 해주신 쑥떡이 가장 먹고 싶다.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엄마의 손맛은 이 세상에서 영영 찾을 길이 없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힘들고 어려운 집안 일을 하면서도 우리를 위해 간간이 맛있는 떡을 해 주셨다. 이 좋은 계절, 쑥이 지천에 파릇파릇 키재기를 하니 그리움과 추억도 따라 쌓인다.


전리품(쑥)을 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오늘 저녁에 먹을 쑥국의 풍미를 벌써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푸르게 푸르게 채색하는 산등성이와 맑고 푸른 하늘이 한폭의 그림처럼 어루러진 모습이다. 하늘에는 흡사 '한반도' 모양의 구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었다. 아마도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오늘도 선물같은 하루다. 늘 오는 오늘이지만 더 특별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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