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맨발 걷기를 합니다.

흙은 생명이다

by 이점록
마당에 길을 내다

맨발 걷기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만큼 맨발 걷기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입소문과 효과 덕분이리라. 각 지자체에선 앞다퉈 도심 공원이나 산책로에 황톳길 등 맨발 걷기 길 조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인 '맨발 걷기'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맨발 걷기 산책로를 만들어 개방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핑계같지만 집에서 거리가 멀고 접근성이 떨어져 매일 가기는 부담스럽다. 인근 학교 운동장에 갈 수도 있지만 현실적 대안으로 집마당 가장자리에 약 40M 정도의 맨발 걷기 길을 만들었다. 길을 내는데 집사람도 거들었다. 텃밭에 있는 흙을 퍼서 그럴싸한 길을 만들었다. 우리 가족이 이용하는 길이지만 제법 마음에 든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맨발 걷기 길이 아닐까 싶다.


"길을 내는 자 흥한다"고 했던가? 거창하지만 도전과 변화를 즐기고 기회를 찾는 사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름 좋아하는 말이다. 길을 낸 덕분에 신을 마구 벗어 놓고 물먹은 흙의 부드러운 속살을 밟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가? 몸보다 마음이 먼저 땅 내음에 젖어든다.


아침 식사 후 집사람과 나는 차를 준비해 마당으로 나간다. 물론 신발은 신지 않은 채다. 비로소 자연인 되는것이다. 잔디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눈다. 그간 상투적인 말만 했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씩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있다. 대체적으로 집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는 입장이다. 가시버시로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싶다. 맨발 걷기를 하면서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건강도 챙기고 정도 쌓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마당 가장자리에는 벚, 단풍, 매실, 산수유, 앵두, 감, 대추나무 등이 반기듯 도열해 있다. 그늘진 곳에는 폭염, 가뭄, 장마에도 끄떡없는 맥문동이 함초롬하게 자라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기 위해 나무를 쓰다듬는다. 자연과의 교감은 자연의 생명력을 생명력을 느끼는 기회이다. 곤충, 식물, 바람 등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확고히 느낄 수 있어 넘 좋다. 나뭇가지에 의지해서 스트레칭을 한다. 두 팔 높이 벌려 맨발로 맨땅에 서서 접지도 한다.


우리집 마당에는 여러 곤충들이 살고 있다. 청개구리 한 마리는 창고를 전세낸 듯 살고 있다. 아마도 지난 4월초 자연으로 보냈던 '초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흙 속을 소리없이 기어다니는 비옥한 토양의 신 지렁이, 당랑거철의 주인공이자 버마재비인 사마귀도 눈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도 타고난 습성대로 살아가는 반려 생물 중 하나일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사람은 원래 맨발로 살았었다. 그러다가 문명 사회로 들어서면서 나무, 짚, 가죽으로 된 신을 만들어 신기 시작했다. 물론 걸어다닌 곳은 대부분 흙길이나 자갈길이었다. 사람의 발바닥은 늘 흙과 접촉 내지 접지하면서 살아 왔다. 그러나 고무가 발명되고 합성소재 고무 밑창을 댄 신발을 신기 시작하면서 땅과의 접지는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길은 역시 차 위주로 아스팔트, 시멘트로 포장되었다. 더구나 사는 집마저 고층아파트로 바뀌면서 몸과 땅의 접촉은 멀어지고 말았다.


직장에 다니는 딸에게도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매일 30분이라도 맨발 걷기를 하자며 권유했다. 집사람과 매일 1시간 정도 접지와 걷기를 반복하고 있다. 맨발 걷기는 돈이 안들고 부작용이 없는 최고의 자연치유 요법이라는데 공감하는 입장이다. 맨발 흙길 걷기를 하는 사람의 수는 전국적으로 엄청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땅으로부터 오는 자유전자가 만성 염증의 특징인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흙길을 맨발로 밟은 적이 얼마나 될까? 맨발은 고사하고 신발을 신고서도 흙길을 다녀본 경험은 드물지도 모른다. 1년 365일 대부분 땅과의 접촉이 차단된 삶을 살면서 인간의 면역력은 근원적으로 저하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암, 당뇨, 치매, 아토피, 심혈관질환 등 현대 문명병이 생겼다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의 발은 한쪽에만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100개가 넘는 인대와 근육, 신경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일컫는다. 발바닥에는 우리 몸의 기관이 다 있다고 한다. 맨발로 걸어 발의 지압점과 감각신경을 적당히 자극하면 장기 주변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암ㆍ당뇨ㆍ고혈압 같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울러 다이어트나 우울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맨발로 걷는 것은 발 아치와 발가락 근육을 강화한다. 이는 발을 더 강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며, 균형을 향상시켜 주는데 도움이 된다. 자세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바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불균형을 느끼고 조절하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되므로, 올바른 자세를 향상시킨다. 발바닥에 있는 많은 신경 끝으로 인해 혈액 순환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밤새 비 내린 땅은 그야말로 촉촉하다. 물먹은 흙이 반죽한 것처럼 말랑말랑하다. 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마냥 새롭다. 잠시 눈을 감으며 심호흡을 해 본다. 하늘과 땅, 그리고 나는 비로소 하나가 된다. 늘 또랑또랑 깝치기만 하던 분주함도 이 가을엔 서서히 내려앉는다. 내 마음도 안개비처럼 깔려 평온해진다. 머릿속에 고집스레 담고 온 상념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땐 발가락이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는 듯 하다. 맨발로 촉촉한 흙을 밟으면 행복한 마음이 들고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 발가락과 발에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어 건강한 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하여 천연의 혈액순환 촉진제 역할을 하며, 온 몸의 면력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자연의 지표와 직접 접촉하면 땅의 자연적인 힘이 발에 전달되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마치 자연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다. 발의 감각을 향상시키며, 지형의 변화와 다양한 표면을 느끼면서 미세한 움직임에 민감해지게 한다. 이처럼 몸이 좋아하는 맨발 걷기, 오늘부터 당장 양말과 신발을 벗고 맨발로 흙길을 걸어볼 일이다.

흙에서 흙으로

맨발 걷기는 신발의 편리하고 좋은 점을 잠시 내려 놓고 맨발로 자연과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지금 바로 디디는 땅과 흙에 감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걸어보자. 자연과 멀어지는 도시화로 땅속의 좋은 기운과 교류는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는 분은 누구든지 맨발 걷기를 경험하게 할 작정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더우나 추우나 매일 할 것이다. 산 속의 숲길보다는 못하겠지만 흙을 밟으며 자연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원래 사람은 맨발로 온 땅을 누볐던 존재이다. 땅은 흙이고 흙은 만물을 살리는 바탕이다. 우리는 흙에서 태어나서 흙 위에서 삶을 구가하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생명이 붙어있는 모든 것은 흙에서 삶을 영위한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채택하여 조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맨발 걷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촉진한다. 그래서 자연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라고 믿는다. 아침에 땅을 디디면서 선물같은 오늘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흙은 생명의 기원이다.


삶이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도 발 편한 세상을 꿈꾼다. 그러면 맘 편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 맨발 걷기 #마음 #마당 #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