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내가 아침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침에 밥을 먹이고 씻기고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일, 그리고 하원시키는 일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침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아이를 재촉하게 되는 것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밥 한숫갈 먹고 안아달라고 때쓰고, 국 한숫갈 떠먹고는 장난치거나 돌아다니고, 그러다가 저에게 혼이 납니다. 천천히 하염없이 밥을 씹는 아이의 모습과, 이순간 유독 빨리 흘러가는 시계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다가, 가끔은, 어린이집에 일등으로 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욕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아들 일등하고 싶지 않나봐? 아침 맘마 빨리 안먹으면 꼴등할텐데?"
참으로 못난 아빠입니다. 이제 6살이 되는 아이 하나를 설득하지 못해서 경쟁심을 자극하다니요. 하지만 현재는 그게 제일 효과가 좋아서 자주 써먹곤 합니다. 아이는 그때부터 바쁘게 턱을 움직이고 식탁에서 벗어나지도 않습니다. 그릇에 있는 음식을 싹싹 비운 모습을 보자마자, 식기세척기에 모내기 하듯이 그릇을 차곡차곡 집어넣고는 설거지를 맡기면 아침일의 30%가 끝이 납니다.
침대를 정리하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청소기도 돌립니다. 그때까지 아이는 잠깐 혼자 놀게 놔둡니다. 너무 서둘러라 몰아친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는 어제 접어준 종이로봇과 알수 없는 모양의 플라스틱 두개를 들고 로봇출동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아이의 모습을 잠깐 넋놓고 바라봅니다. 통통한 볼과 집중해서 삐죽 튀어나온 입, 앙증맞은 엉덩이 곡선이 겨울아침의 햇살을 받아서 더 보드랍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아이를 씻길 차례 입니다. 어릴때 화장실에서 미끄러진 적이 있어서, 달려 들어오는 아이에게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주의를 줍니다. 아이의 안전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소리를 지른 제 자신이 싫어집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위험한 행동을 할때는 먼저 큰 소리를 내게 됩니다. 아이가 나중에 아빠는 맨날 소리만 질렀어 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후회가 됩니다. 이내 다시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조금 더 부드럽게 손길이 바뀝니다. 아이는 언제 아빠에게 혼이 났냐 싶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꺄르를 웃으면서 아빠와 세수를 마칩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로션을 발라줄때, 제가 아이의 아빠인게 늘 실감이 납니다. 얼굴, 배, 엉덩이 등에 골고루 로션을 바릅니다. 조금만 건조하면 아무곳에서나 옷을 들어 올리고 벅벅 긁어대는 녀석이라서, 꼼꼼하고 촉촉하게 로션을 바릅니다. 이 시간이 되면 늘, 내 손바닥보다 조금 컸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매번 이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 언제 이렇게 컸어 우리아들"
살을 만져보고, 얼굴을 쓰담아 보는 시간, 그 시간이 아버지의 정을 쌓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마 멀지 않은 미래가 되면 이런 시간은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는 크고, 스킨십이라는 것은 이제 서로에게 겸연쩍은 것이 될 것입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정이 생기겠지요. 제 인생에서 아이를 제 손으로 정성스레 만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면서, 이 시간의 행복을 최대한 가슴에 담아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옷을 입을 시간입니다. 이제는 점점 체력적인 위기가 옵니다. 아이는 윗도리 하나, 바지 하나, 외투 하나를 입을때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아빠에게 안깁니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있거나,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그 시간은 점점 더 늦어집니다. 출근시간과 등원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인내심의 위기도 함께 찾아옵니다.
" 우리 현이 일등하고 싶지 않은가봐?"
아이가 늘 1등으로 등원하고 싶은 마음을 비겁하게 또 이용합니다. 어쩔 수가 없지만, 아이는 이 말을 들으면 동시에 하던 모든 비협조적인 행동을 멈추고 옷입고 신발을 신는 일에 집중합니다. 1등을 하면 뭐가 좋은가에 대한 물음에 아이는, 제일 먼저 정리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어서 랍니다. 어른이 하고 싶은 1등의 이유와 비교해서는 참 소박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체력적, 정신적 위기에 빠진 아빠는 이런 아이의 욕심을 비열하게 자극합니다. 다른 이유에서 1등을 늘 하고 싶은 아빠의 이유는 아이의 1등이유 앞에서 작아집니다. 아이는 눈치채지 못해서 다행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요.
모든 준비가 끝나고 아이와 대문을 나섭니다. 비좁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갈때마다, 조마조마한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짧은 다리라는 현실과, 나는 엄청 빠르고 강하다 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자아가 충돌하다 보면 늘 사고가 나고 다치게 됩니다. 지나치게 씩씩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에게 늘 천천히 내려가라고 말하게 됩니다. 다칠까봐 마음졸이는 것은, 아빠가 아들에게 표현하는 서툴고 거친 사랑의 표현입니다. 다치지 말았으면, 아프지 말았으면, 그게 너의 몸이던, 마음이던, 아파서 힘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고 나면 성장한다지만, 성장의 댓가가 고통이라면 할 수 있을때까지는 대신 해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그것이 부담스럽다고 할 때 멈추고 싶습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걸어갈때가 되면, 아침에 준비하면서 겪었던 힘들고 번거로웠던 위기들은 다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애정이 다시 자리잡게 됩니다. 보드라운 작은 손이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땀이 날때까지 아빠의 손을 잡아줍니다. 땀이 많이 나면 잠시 그 땀을 식혔다가 다시 제 손을 잡습니다. 제 손을 잡고 씩씨하게 걷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 줍니다. 다만 제가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방법은, 조금 질척거립니다.
" 우리 현이, 아빠가 항상 사랑하는거 알고 있지요?"
" 응!"
" 그래 아빠가 많이 사랑해요 우리아들"
먼저,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늘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아빠가 항상 지켜보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와 잠시 혹은 길게 떨어져 있더라도, 나를 사랑하는 아빠가 있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이에게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빠가 주는 사랑이 언젠가 인생에서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난관에 몰렸을때,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 있던 없던 우리 아들이 늘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집에 도착합니다. 선생님이 나오시고, 아이는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서 자기 자리에 놓습니다. 야무지게 가방을 메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하고는 어린이집 안으로 신나서 뛰어 갑니다. 다른 부모님들이 뒤에서 기다려서 그 뒷모습을 오래 보지 못하지만, 발길을 돌려 출근을 하는 길에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오늘도 아프지 말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아침시간이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우리 아들이 저와 아내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는 부분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삶의 이유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제 삶의 전부와 함께하는 아침의 시간이 켜켜히 예쁘게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등원이 후련하면서, 내일아침이 기대되는것은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