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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Jan 20. 2023

건강해야만 합니다

나는 사랑하는 아이의 아빠이고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니까.

작년에는 혈압이 180까지 올라갔습니다. 목이 아파 도저히 잘 수 없는 수없는 밤을 세고 나서, 우연히 혈압을 재 보고 나온 수치를 보고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는 이대로 혈압이 유지되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다혈질이라 자주 화를 참지 못하고, 한참 올라와 있던 열을 식히고 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간신히 집에 가면, 아이와 놀아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는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발톱무좀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옮을까봐 겁이 나서요. 거의 20년을 묵은 발톱무좀균을 뿌리뽑기 위해 먹었던 약은 독해서, 간에 무리를 준다고 의사선생님이 알려주시더군요. 이걸 견뎌에 무좀균을 없앨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혈압약과 발톱무좀약을 같이 먹을때는, 약때문에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매년 추적관리하는 내시경에서 매년 용종이 나오는 것도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술을 많이 먹고 기름진 고기와 짠 음식, 그리고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내가 검사결과지를 앞에두고 한참을 잔소리 힙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살다가는 오래 못살것 같아 무섭다고 합니다. 같이 애기 낳아서 키우자고 해놓고, 먼저 죽을까봐 겁이 난다네요.


예전에는 별로 욕심이 없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오래사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오래 살아서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초중고에 입학하는 날, 사춘기를 겪는 모습, 첫사랑에 고민하는 순간,하고싶은 일을 찾고 진로를 고민하는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아들의 인생 순간순간에 곁에 있어주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아이도 아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제일 많이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해주고 싶은게 많습니다. 코로나로 멈추었던 우리의 여행사진을 다시 열심히 보충해 나가고 싶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가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구체화 할수있게 돕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의 매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행복하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후반부를 이렇게 골골한 아저씨인 상태로 마무리 할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일이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실을 맺고 있는것도 하나둘씩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구요. 또 새롭게 공부하고 싶은것도,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도 많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망가져 가기 시작하는 몸에 끌려다닐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해야 합니다. 매년 흐지부지했던 다이어트는 작년 가을부터 독하게 하고 있습니다.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운동하고, 탄수화물은 줄이고, 비타민이나 홍삼같은것도 주기적으로 챙겨먹고 있지요(대부분 아내가 때맞춰 챙겨줍니다). 늘 나를 괴롭히는 모난 성격과 완벽주의도, 이제는 팽팽한 줄을 놓고 조금은 느슨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보다 저는 몸도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혈압도 많이 낮아졌구요.


올해에도 저는 건강해야 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소중해 지기 때문이고, 제가 이루고 싶은 일들도 점점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해마다 복잡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그저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내일부터 구정 연휴입니다. 우리 올 한해도 작년보다 더 건강해 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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