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료의 첫만남과 첫인상 -
요새는 날씨가 참 춥다. 햇볕도 구경해본 지가 오래 되었다. 이런 날씨에는 무엇이던 비관적으로 보이고, 우울해 보이고 축 처지게 된다. 자꾸 무언가 안될것만 같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어떻게든 건수를 만들어서 출장을 다니는 중이다. 햇볕은 없지만, 서울에서 벗어나자 멀리 보이는 산에서 하얗고 예쁜 설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무심이 차창밖 예쁜 풍경을 보다가, 문득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생각이 났다.
우리회사 1층에는 나름 멋진 테라스를 가지고 있는 카페가 있다. 거기서,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대표님을 만났다 (지금은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서로 별명을 부른다). 몇개월을 함께 일했던 이사님과, 이름 모를 직원이 대동해 있었고, 나는 당시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우리회사의 과장과 그 자리에 동석을 했었다. 내가 본 대표의 첫 인상은, 낮은 목소리와 여유 있는 미소,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경청하는 사람이었다. 본인의 일이나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고, 그런 확신을 저돌적이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마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은 나도 매우 신나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왜 나왔는지, 회사에 어떤 도움을 주기 위해서 생각했는지, 그것을 하면 동료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했고, 이렇게 우리 회사와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면,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처럼 경계심과 의심이 많은 사람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장시간 내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내 아내를 소개팅에서 만났던 이래 처음이었다.
그날 우리가 무엇을 합시다 하고 도원결의 비슷한 것을 하지는 않았다. 서로간의 케미를 확인했고, 무언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합시다 라고 결정한 바는 없었다. 그런 성급한 출발이, 앞으로 시작될 여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천천히 그날 나눈 대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다음에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우리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하는 첫 미팅을 했다. 대표님 (이제부터 J 라고 부른다) 은 정말 찬찬히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다른 업계의 사람들과 처음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했지만, 제가 잘 이해가 안되서요. 아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렇군요. 재미있네요. 라는 말을 써가면서 내 머리속을 구체적으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 이렇게 내 말을 섬세하게 귀 기울여서 들어준 적이 있었나? 회사에서는 내 말 한마디가 잔소리나 압박으로 느끼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어느새 나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입을 닫고 있었다. 그래서 더 신이 났고,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는 더 진심이 되었고, 잘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 애초의 내 아이디어대로, 우리회사에서 열심히 이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고, 범용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다른 회사에게도 공급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다음날, 나는 우리회사 대표에게 이 내용을 보고하러 갔다. 기존에 내가 하던 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 일을 계기로 우리회사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한껏 들떠서 보고했다. 대표의 반응은, 내가 기억하는 온도로는 이것이었다
" 응 그래. 당신이 해보고 싶다니까 잘 해봐. 대신 우리회사에서 투자되는 자금은 없어야 하고, 당신의 시간이 투입되는건 본인의 주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허락해 줄께 "
나처럼 열띤 반응이 아닌것에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내 시간을 투여하게 허락해준다는 말로 나는 충분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뒤로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씩 동료들의 사무실에 방문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 첫 방문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사무실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는데, 두번째 부터 방문해 보니, 그 분위기와 독특한 특징들을 알아나갈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