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꼰대 부장의 스타트업 도전기 (2)

- how to start -

by 호접지몽

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꼰대로 불리는 부장이었다. 꼰대라고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하지 않는 자는 모두 꼰대라고들 하더라. 그래서 꼰대라고 인정하고 꼰대가 되지 않기로 했다 (써놓고 나니 이상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트업 창업을 마음 맞는 동료들과 준비하고 있다. 내 나이가 43세. 누구보다 불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4살짜리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이다. 벌어놓은 돈은 없고, 영끌을 하지 않아서 서울에 조그마한 빌라에 살고 있다 (빛도 있고). 여기까지 놓고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냥 지금 있는데서 잘 버티지. 머리 좋은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실패한다는 스타트업을 나이 든 아저씨가 도전한다니?


왜 그런 거야?라는 말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너무너무 해보고 싶어서.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안되면 어떻게 할 거야? 에 대한 나의 대답은 또 이렇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이 일을 해보고 싶다. 이 일을 하고 있으면, 힘든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니까. 행복이 밥 먹여주냐는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역시 이렇다. 이제는 행복하게 밥 먹기 위해 살고 싶다고. 그냥 밥 먹기 위해 사는 거 말고.


이제,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나처럼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도 했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라는 말 역시 아니다. 아직 나는 스타트업을 도전하고 있는 중이고,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그저 내 인생의 중요한 방향이 바뀐 것에 대한 기록이며, 누군가도 삶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면 함께 그 막막함과 두려움과 희망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시스템이 있었다. 중소기업에서는 판매계획이 맞지 않아, 생산부서나 구매부서가 매우 어려움을 겪는데, 이를 AI가 예측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찾아보다가 내가 만들어 보고자 했던 시스템과 유사한 것을 대기업에서 개발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고, 무작정 그 시스템을 개발해 준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냥 무작정 그 대기업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것을 우리도 해보고 싶다고. 앞뒤를 재지 않고 무턱대고 걸었던 그 전화로, 나의 스타트업 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회사를 위해서 걸었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돈이 늘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보니, 시스템 개발사와 나는 정부지원사업의 선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마침 회사의 기획팀이 자신 있게 그 자금을 따오겠노라고 큰소리를 쳤고, 나를 비롯한 우리 회사와 시스템 개발사 모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발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 너무 허탈했지만, 누가 시키지 않고 내가 원해서 열심히 도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그 뒤 몇 개월 후, 시스템 개발사의 이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퇴근길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서 울리는 전화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그분의 전화를 피하게 되었다. 어차피 다 끝났는데, 이 사람은 왜 전화한 거지? 복잡한 지하철 탓도 있었지만, 왠지 전화를 받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해서 수신 거절버튼을 눌러버렸다. 찝찝하고 개운치 못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런데 다음날, 똑같은 시간,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장소에 있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연속 이틀? 이 정도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받았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친절한 분이셔서 막상 전화를 통해서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도 반가웠고.


" 부장님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셨죠? 어제도 전화드렸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많이 바쁘셨나 봐요. "


" 아 네 죄송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 시간에 지하철에 있어서요. 지금은 잠깐 내렸습니다.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시죠?"


"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부장님께서 예전에 하셨던 말씀이 저희 회사에서 회의 중에 회자가 되어서요. 한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라고? 맞다. 내가 이 개발사와 시스템 개발을 논의할 때 했던 말이 있었다. 우리는 중소기업이고, 이 시스템이 잘 개발되면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이 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쓸 수 있도록 같이 사업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만약에 양사 간 대표이사에게 설득이 안되면, 우리끼리라도 딴 집 살림 차려서 해보자고. 물론 큰 진심을 담아서 해본 말은 아니었다. 잘 되면, 이런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다.


" 네 이사님 그렇게 하시죠. 제가 찾아뵐까요? "


" 아닙니다. 저희 회사 대표님과 한번 찾아뵐게요. 언제가 괜찮으세요?"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정말 아무 기대도 없이 이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드러나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때의 그 전화 한 통이, 내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는 단 1%도 예상할 수 없었다.

이전 01화좋소 꼰대부장의 스타트업 도전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