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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Mar 21. 2023

성대결절이라니

요 며칠 무리했다 싶었다.


안정된 직장이 아니고 소속감이 덜하다 보니, 그 불안함의 크기만큼 몸을 더 움직였다.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서 미팅하고 회의하고 일하고 강의준비 하다보니, 몸이 갑작스런 부하를 견디지 못한것 같다. 게다가 다이어트도 하고 있으니.


일단 강의와 사업 두개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말을 많이 했던것 같다. 주말은 아내가 여행을 가는 바람에 1박2일로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하다보니, 며칠전부터 목이 아프고 칼칼하다가 어제 저녁부터 말이 안나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니 의사선생님은 심각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최근에 말을 많이 하시고 무리하셨나 봅니다. 하얀 색이어야 하는 성대가 빨갛게 부어있고 오돌도돌한게 나 있네요. 강한 약을 써드리겠지만, 절대적으로 말하는 시간을 줄이시고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우선 큰일이다 싶었던건 매주 화수에 있는 학교 강의다. 하루 세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처다보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쉴 수 없다. 아 그런데 이런 목소리로 강의하면 오히려 싫어하려나.

그리고 줄줄이 잡혀있는 미팅도 문제다. 뭐 그리 급하다고 매일을 미팅을 잡아놨는지 원. 조급함이 내 몸을 망친게 틀림없다.


한번 말해서 듣는 법이 없는 아이를 케어하는 것도 이상신호가 생겼다. 아이는 자꾸 아빠 목소리가 왜그러냐고 달려들어 묻는데, 대답을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아이가 더 보채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목소리가 안나오니 이렇게 불편한게 많다니! 


평소에 목소리도 크고 잔병도 잘 없던 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자 속상한건 아내다. 어제 저녁에 내 머리를 짚는 손길과 마스크와 목수건을 챙기는 움직임이 어렴풋 느껴졌다. 남편이 아프니, 육아와 살림에 지친 몸에 하나의 일거리를 더해준 샘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해맑게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가려는데, 뒤에서 화끈한 아픔이 느껴진다. 세게 꼬집혔다. 아프다.


그런데 뿌듯함이 나를 지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도, 나태하게 살지 않고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이구나 싶으니까 기분이 좋다.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하니, 결국 이익인걸까? 그래도 하루이틀 살거 아니고 오래 살아야 결실도 보고 큰 보람도 올테니, 조절의 기술이 필요한게 맞는것 같다.


오늘 집을 나서면서, 아내가 챙겨준 모과차와 목에 좋다는 약을 챙겼다. 누가 가방에 욱여넣어주고 약 먹었냐고 챙겨주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지만, 오늘은 꼭꼭 챙겨 먹으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오랫동안 지속하려면, 일단 내 몸이 버텨주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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