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면 3주차 달리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날이 된다. 제 목표는 평일 아침 5일을 꾸준히 달리고 주말에는 쉬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아이가 달리면 따라다녀야 하니까. 그런데 저번주에는 비가 이틀동안 와서 주말 아침을 뛰었다. 왠지 5일을 채우지 않으면 내가 평생을 하기로 마음먹은 달리기를 며칠 하고 그만둔 헬스장의 회원권처럼 버리게 될까봐.
10여분 달리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10여분 하는게 참 웃기다 생각했지만, 나처럼 거대한 사람이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달리는건 마치 덤프트럭이 예열없이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못밟아서 사고가 나는 이치랑 똑같을 것 같아서 상당히 공을 들인다. 그리고는 3.2.1 새벽공기를 무거운 몸으로 살살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뛰는건 초반에 상당히 힘이 든다. 몇걸음 뛰었다고 벌써부터 종아리 뒷근육이 조여오기 시작하고, 숨도 가빠온다. 트랙을 반바퀴쯤 뛰었는데, 나를 경쾌하고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좋겠다. 가벼워서.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상쾌하게 폴짝폴짝 뛸 수 있겠지? 하고 상상해 본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냥 어제 저녁에 입던 바지를 입었고 (운동한답시고 빨래가 많아지는게 미안해서) 추울까봐 두껍게 입다보니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 더 무겁다 싶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가벼운 옷이랑 런닝화 정도는 사달라고 해도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단 이 달리기가 지속된다는 믿음을 줘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조금 더 좋은걸 사주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한바퀴 정도를 돌았다. 굳어있던 몸이 풀리고, 호흡이 조금 안정적으로 돌아온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 너무 힘든상태에서 나의 몸상태에 집중하다보면, 쉽게 달리기가 질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걸 알았다.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 잡생각도 좋고, 일과 관련된 고민도 좋고, 아이와 아내에 대한 생각도 좋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내가 대답한다.
하나하나 내 머리속에 있는 고민들을 나와 대화하고 풀어가다 보니, 어느세 목표한 세바퀴가 눈앞에 있다. 1.7km다. 내가 끌어올리고 싶은 몸상태는 10km 정도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지금 욕심낸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어차피 나의 달리기는 평생 지속하기로 마음먹은 거니까. 내가 출발했던 시점에서 멈춘다.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진정시킨다. 달리기를 마쳤을때의 기분은, 무언가 내 몸을 공중으로 이끄는 듯 가볍고, 상쾌하다.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도 따라온다. 이 새벽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는데, 나도 저들의 일원이 되어서 힘차게 하루를 열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이맛에 달리기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