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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Jul 12. 2023

그냥 하기

내 목표는 왜 세워진 것이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일을 어떤 절차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체계적으로 하나씩 해 나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매번 하나하나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그게 피곤해 질 때가 있습니다.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그냥 주어진 것, 정해진 것을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갑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면,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로 올라가는 언덕을 헥헥거리면서 바닥만 보고 달리는 나를 발견하지요. 정신을 너무 오래 차리면 그만 뛰자는 녀석이 나를 방해할까봐, 그냥 발밑만 보고 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습니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면서 상대방을 죄악시하고 악마화 해서 싸우는 정치인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데 안하고 뭐하냐고 야단치는 부자 셀럽들, 배가 찢어질것 같은데도 맛있다고 먹어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유튜브가 지겨워 질때는, 침실에 핸드폰을 가져다 두고 책을 펼칩니다. 고결하게 지식을 습득해야지 하는 생각 보다는, 그냥 책을 펼치고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머리에 안들어오던 책의 글자가 하나둘씩 허공을 날아와 머리속으로 향합니다. 


올해 안에 반드시 500개의 기업을 찾아가서 나의 고객으로 만들고 말겠다. 는 큰 목표는 숨이 막힙니다. 하루에 몇개업체를 만나서 성공시켜야 하는거지를 생각해 보면 더 말도 안되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 숫자에 질리다 보면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전화를 걸고, 미팅약속을 잡고, 찾아가서 PT를 합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의미를 찾고 뜻을 찾고 목적목표를 찾아서 움직여야 되는게 맞지요. 그걸 모르는건 아닌데, 의미와 목표를 찾는데 힘들때라고 해서 멈추어 있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그럴때는 그냥 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구요. 가끔은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꽤 먼 곳까지 힘을 들이지 않고 온것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오늘이 저에게는 그날입니다. 지쳤지만, 그냥 해야 할일을 했습니다. 힘들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가야 할 만큼을 왔네요. 그런 저에게 스스로 위로와 칭찬을 보내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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