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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영을 하다가 오늘도 배웠다

가르침까지 주다니, 다들 수영하세요.

by 리지

수영을 좋아한다. 좋아한 지 벌써 7개월째.

이제 좀 하는 것 같은데? 싶다가도, 갈 때마다 실력이 달라져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수영이란 그런 운동인가 보다.

요즘은 접영을 배운다. 발을 힘껏 내리찍고, 몸을 뱀처럼 휘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숨이 모자라다 싶으면 다시 발을 내려치며 올라온다. 웨이브, 웨이브. 이상하게도 이 영법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익혔다. 자유형, 배영, 평영을 배울 땐 ‘팔 언제 돌려? 숨 언제 쉬어?’ 수많은 질문을 던져야 했다.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유튜브 영상을 1초 단위로 멈춰 가며 분석하던 나였다. 그런데 접영은 몸이 먼저 알아서 춤춘다. 내 안의 그루브가 드디어 깨어난 걸까? 나는 인어공주다. 나는 물살을 가르는 뱀이다. 한때 다녔던 클럽도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린다. 웨이브~ 웨이브~


수영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6개월 전의 내가 알았을까? 울릉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문득 나 혼자 수영을 못하고 있구나 생각했었다. 다른 애들은 모두 구명조끼 없이 바다를 헤엄쳤단 말이지, 2미터 아래에 있는 물속 친구들도 슬쩍 만지고 왔었단 말이지. 그런데 나는 수영 하나 할 줄 몰라서 그냥 바다 위를 둥둥 떠다녔었다. 그것도 초등학생 때 해양소년단 구명조끼를 다 큰 30대 여성이.

그래서 돌아오는 길, 이 치욕을 언제까지 갖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바로 수영장을 알아봤다. 마침 돌아오는 주에 동네 수영장 월간 티켓팅이 있던 날이었고.

결과적으로 6개월 전의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6시 2분에 마감되는 치열한 수영장 티켓팅을 성공했다. 그동안 아이유 콘서트를 가고 싶지만 티켓팅에 자신이 없어 시도조차 못했었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내 손도 아주 똥손은 아니겠구나 자신감으로 가득 찬 아침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른 건 몰라도 접영만큼은 우리 반 에이스로 매주 즐겁게 수영을 맞이한다. 오늘 우연히 숨쉬기가 정말 편해진 걸 깨닫고 또 한 번 겸허해졌다. 내가 드디어 숨을 좀 쉬나! 아 역시 새로운 걸 배울 때는 언제나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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