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가면 개고생

가출의 추억을 가진 소녀

by 전성옥

집 나가면 개고생

– 우리집 애완 고양이처럼 -

우리집 신발장을 점령한 고양이 녀석들

사춘기 소녀의 가장 큰 질병은 가출이지 싶다.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 한다는 질풍노도 전염성 바이러스. 근원을 알 수 없는 이놈의 병은 치료제도 없다. 사춘기 자녀를 둔 한국의 모든 가정을 초토화시키는 무서운 질환. 우리 집에도 스멀스멀 찾아왔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데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아이. 엄마도 처음 겪는 일이라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한밤중에 나가겠다고 하니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두려움은 너나나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티를 내면 지는 거다.

“그래? 집을 나가겠다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할거다. 너!”

“집이 싫다고 나가면 붙잡지 않을거야.”

고집을 부리며 이겨보겠다고 덤비는 녀석을 상대하는 갱년기 엄마도 만만치는 않다. 어디까지가 정점인지 가늠할 수 없다. 오직 사춘기 소녀 VS 갱년기 엄마의 싸움만 있을 뿐이다.

“어디한번 해봐요. 내가 못 나가갈 것 같아요?”

한밤중에 책가방에 책들을 내팽개치고 옷가지를 싸는 아이를 쳐다보는 엄마는 속으로 얼마나 무서운지 손발이 덜덜 떨린다. 보다 못한 남편은 아이를 말리고 엄마를 말리고 한숨에 쩔쩔매고 있다.

“도대체 저 가시나는 왜 저렇게 고집이 센거야?”

“당신이나 00이나 둘 다 똑같아. 내가 보기엔.”

남편과 투닥거리는 사이 아이는 없어져 버렸다. 정말로 이 오밤중에 집을 뛰쳐나간 것이다.

“오메 오메!!!”

“이것이 진짜로 나가버렸네.”

당황한 엄마는 이웃까지 동원해 아이를 찾기 시작. 이제 막 수요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옆집이며 동생 언니 오빠까지 온 동네가 발칵 뒤집어 졌다. 도로를 따라 차를 움직이며 천천히 찾아보았지만 오간데 없다. 멀리 갈 시간은 아닌데도 보이지 않는 것이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00야”소리까지 질러가며 시골 밤을 흔들어 댔지만 찾지 못한 채 돌아왔다.

아이가 가출한 사건이 처음인 엄마는 땀이 뻘뻘 나고 불안함에 잠시도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신고해야 할까?”

“이 밤중에 길도 잘 모르는데 어떡해?”

신고를 해야겠다고 전화기를 찾는 순간 건물 안쪽 구석에서 가방을 맨 채 멋쩍게 나타나는 사춘기 소녀. 누가 이긴 걸까? 이 싸움은.

그 후로도 짐을 싸고 풀고를 몇 번 하던 반항아 소녀는 엄마의 갱년기기에 항복(?)하고 제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사는 고양이 이름은 주머니, 바구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몇 번 가출행각을 해대더니 급기야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아있는 고양이 주머니(아빠가 추운 겨울 길바닥에 버려진 고양이를 주머니에 넣어와 살려 이름이 주머니가 되었다)를 보며 아이들은 말한다.

“주먼아?”

“너는 바구니(집나간 고양이 이름이다. 돌림자를 써서 바구니로 지었다)처럼 집 나가면 안돼!”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가출의 추억을 갖고 있는 소녀는 집 나간 고양이 바구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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